[책 속으로] 기술자의 말하기란

『마음을 움직이는 인터뷰 특강』 지승호 지음
라펜트l오정학 과장l기사입력2016-08-10
기술자의 말하기란


마음을 움직이는 인터뷰 특강
지승호 지음, 오픈하우스, 2016
오정학 경기도시공사 과장 (ohjhak@daum.net)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신문에 난 어느 건축직 공직자의 기술사 합격 소감을 읽고 나서였다. 나이가 꽤 든 그는 시험공부의 동기 중 하나로 “퇴직 후의 품위유지비 해결에 기술사가 좋을 것 같았다”고 했다. ‘기술자 최고의 자격증이 기껏 노후 생계수단으로 인식되다니?’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적잖은 연금을 받게 될 텐데 언론을 통해 할 말은 아니었다. 그가 생각하는 품위란 대체 어떤 무엇일까?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물론 그러한 생각을 가질 수 있다. 누구나가 한번쯤 그리 생각해 봤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이 뚜렷이 구분되듯이 혼자만의 생각과 공적인 발언은 엄연히 다르다. 그런 얘기는 가족모임이나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나 할 수 있는 말이다. 아마도 인터뷰 경험이 많지 않았거나 여담이라 생각하고 편하게 이야기 했을 것 같다. 대학 선후배 기자들과의 회식자리에서 별생각 없이 대다수 국민을 “개, 돼지”로 표현한 어느 교육부 관료처럼 말이다. 

이처럼 인터뷰는 쉽지 않다. 그것은 인터뷰어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사회는 점점 더 융합화 되고 있어 타인과의 원활한 소통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현대의 기술자는 공방에서 제자 몇 명과 같이 모든 공정을 끝내는 중세 장인이 아니다. 특출한 성과를 위해 타 분야 전문가에게 수시로 자문을 구해야 하고 최종소비자의 요구도 직접 들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많은 업무들이 남을 인터뷰하거나 내가 인터뷰 당하며 이루어지고 있다. 인터뷰의 활용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건만 생각보다 그 중요성은 경시될 때가 많다. 

기술자들의 업무도 남을 면담하거나 자문이 종종 필요하다. 초급기술자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특급기술자에게도 그러한 일은 잦다. 복합공정이 많아지는 실무에서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해당 분야 최고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보는 게 빠르다. 확실한 지식이 되고 시간도 오히려 단축된다. 이는 모든 분야에서 공통된다. 한국 최고의 석학 중 한명인 김용옥도 마찬가지이다. “그냥 자료만 읽어선 안돼요. 반드시 사계의 정통한 사람에게서 들어봐야 합니다. 찾아가서 당신이 이해한 핵심이 무엇이냐고 말로 묻고 터득하는 게 중요 합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조경에서도 인터뷰는 수시로 이루어진다. 계획·설계 과정에서는 이용자 분석을 위해 인터뷰 할 때가 많다. 일반화된 설문조사에 비해서는 그 빈도가 많지 않다. 그러나 다른 조사에서 얻을 수 없는 정보 수집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설문조사는 대개 조사자의 지식과 관점을 벗어난 정보 수집에는 한계가 있다. 사전에 고안된 구조화된 설문과 폐쇄형 척도(객관식 조사)는 응답을 특정 범위 내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뷰는 어떠한 내용의 답변이든 모두 열려 있다. 이 때문에 조사자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상대방의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하는 인터뷰. 집이나 근무처는 상대의 성향이나 이미지를 파악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를 준다. 그 정보를 활용하면 현장에서 곧바로 흥미로운 질문을 만들 수 있다. 개인의 사적 공간은 그의 ‘정체성을 알리는 신호’로 가득하며, 여러 가지 ‘감정조절장치’가 있고 ‘행동양식의 전유물’들이 관찰되기 때문이다. 물론 노련한 인터뷰이는 역으로 이러한 장치들을 연출해 보여주고 싶은 자신의 모습을 이미지 메이킹 해낸다. ⓒwww.lafent.com

물론 모든 인터뷰에서 그런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터뷰 조사의 단점이자 어려움은 누가 어떻게 인터뷰를 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대답을 듣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뻔한 이야기만 나올 수도 있고 지금까지 누구에게서도 듣지 못한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인터뷰는 쉽고도 어려운 작업이다. 어떻게 보면 인터뷰는 정직한 작업이다. 인터뷰이에 대한 사전 준비와 관련 지식, 상호작용, 사후정리에 따라 그 결과물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인터뷰 방법이나 과정은 한번쯤 관심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음을 움직이는 인터뷰 특강>은 한국에서 가장 활발한 인터뷰어로 알려진 지승호의 경험담이다. 신해철, 손석희, 봉준호, 박찬욱, 장하준, 강풀 등 여러 분야의 쟁쟁한 전문가들이 그에게 인터뷰를 허락했고, 그러한 과정에서 터득한 노하우를 언뜻언뜻 보여준다. 인터뷰의 성패는 상대의 마음을 열고 진정성을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터뷰어가 먼저 마음을 열고 성실하게 다가가야 함을 그는 주문한다. 

인터뷰어로 유명하다보니 지승호는 ‘말하기’ 조언을 많이 요청받는 것 같다. 신해철의 입을 빌린 그의 대답은 매우 교과서적이다. “‘어떻게 하면 말을 잘할 수 있어?’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그것은 대화를 테크니컬한 차원으로 낮게 보는 수작이거든요. 대화는 그런 테크니컬한 차원에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고요. 웅변은 테크니컬한 차원으로 이루어질 수 있으나, 대화는 마음이 따라가지 않으면 대화가 되지 않는다고 봐요. 그러니까 대화의 기술 중에서 제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듣는 겁니다.” 먼저 듣기에 충실 하라는 것은 상대에 대한 관심이자 배려이다. 이를 통해 상대에게 인간적인 믿음을 주고 마음과 마음의 교감을 거칠 때 비로소 진정성 있는 대화의 문이 열린다는 의미인데, 모든 것의 진리는 의외로 단순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_ 오정학 과장  ·  경기도시공사 사업기술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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