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당신은 조경가입니까?

주신하 논설위원(서울여대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주신하 교수l기사입력2016-10-25
당신은 조경가입니까?


_주신하 교수(서울여대 원예생명조경학과)


“어떻게 불리는 게 좋아요? 조경가? 교수? 이도 저도 아니면, 뭐 오빠?”

사회자로 참가했던 ‘나는 조경가다 시즌4’에서 갑작스럽게 질문을 받았습니다. 같이 사회를 보던 안세헌 소장이 다른 조경가들과 호칭 관련한 이야기를 하던 중에 딴 생각하고 있던 제게도 불쑥 질문을 한 거였죠. 갑작스런 질문이라 잠시 머뭇거리다가 제가 직접 설계를 하지는 않고 학생들 가르치는 걸 훨씬 더 좋아하니까 그냥 ‘교수’라고 불리는 게 제일 편할 것 같다는 재미없는 대답을 한 것 같습니다. 좀 더 멋있거나 재미있는 대답을 했어야 했는데...



지난 10월 6일 서울정원박람회가 열리는 평화의공원 내 에너지드림센터 다목적홀에서 ‘나는 조경가다 시즌4’가 진행되었습니다. 2012년 처음 시작한 ‘나는 조경가다’ 프로그램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조경가를 직접 모시고 설계를 공개적으로 진행하거나 설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으로 이번으로 벌써 4번째 시즌을 맞게 되었습니다. 올해에는 서울정원박람회 메인이벤트 중 하나로 기획되었는데, 시민들로부터 의뢰 받은 대상지를 조경가들이 직접 디자인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시즌 2회부터 계속 사회자로 참가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도 애착이 많이 가는 프로그램이기도 합니다. 설계자의 민낯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고, 책으로는 경험할 수 없는 설계과정을 직접 볼 수 있어서 매우 유익한 기회인 셈입니다. 그런 면에서 설계를 막 배워가는 학생이나 초년생 설계자들에게는 정말 큰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지요. 그래서 저도 조금이나마 기여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사회자 제안을 해 주시면 늘 거절하지 않고 덥석 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올해에 초청된 설계자는 김영민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동대문구 휘경중학교 정원), 박경탁 동심원조경기술사사무소 실장(노원구 청사 앞 역사마당), 박준서 디자인엘 소장(성북동 142-1 가로), 이애란 청주대학교 교수(영등포 사회복지법인 W-ing), 이호영 HLD 대표(청량리 동부센트레빌 담장)가 참여해 주셨습니다. 저와 안세헌 가원조경설계사무소 소장은 사회를 맡았지요. 워낙 안세헌소장의 입담이 좋아서 저는 살짝 무임승차했습니다만.

준비하면서는 무려 4시간 동안 진행되는 스케줄이라서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을까도 걱정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해 보니 같이 참여해 주신 조경가들이 너무나 즐겁게 설계하고 이야기도 재미있게 해 주셔서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더군요. 짓궂은 인터뷰에도 질문에도 유쾌하게 답해주시기도 하고. 하여간 참여해 주신 관객들로 부터는 좋은 평을 들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혹시 저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요?) 각 설계자들은 각자 개성을 드러내는 다른 설계방식들을 사용해서 이를 비교하는 것도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수작업과 컴퓨터를 사용하는 방식은 세대간, 또는 개인 간의 차이가 많이 나는 부분이었습니다. 어떤 조경가는 색연필로 평면 스케치, 다른 조경가는 스케치업으로 입체작업, 또 다른 조경가는 포토샵 콜라주, 또 어떤 설계가는 캐드와 수작업의 병행. 또 서로의 방식에 대한 의도된 디스전(?)도 보는 입장에서는 재미있게 보셨던 것 같습니다.



지난 번 글(이 공원은 누가 만들었나요?)에서도 조경의 대중화에 대해서 이야기 했습니다만, 요즘 저의 최대 관심사는 일반 대중들에게 조경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리는 일입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공원을 이용하는데도 공원을 누가 설계하고 시공한다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으니 답답해서 말이죠.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서 우리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분야나 일반 대중들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우리가 하는 일을 널리 알리는 것부터 해야 한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참 많이 하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나는 조경가다’ 프로그램은 참 좋은 포맷입니다. 조경가들이 설계하는 과정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공원이나 정원이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구나, 이런 공간이 만들어지려면 누군가는 이렇게 고생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조경이라는 분야에 대한 존중도 자연스럽게 높아지리라 기대를 해 봅니다. 아직은 ‘나는 조경가다’ 프로그램에는 조경분야 사람들만 구경을 하시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행사를 보게 된다면 훨씬 더 파급력은 커지지 않을까요? 예전에 집을 고쳐주던 ‘러브하우스’ 같이 말이죠.

아직은 좀 먼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조경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우리 기대만큼은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가만히 있다고 저절로 인식이 좋아지진 않겠지요. 그러니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씩 노력을 해야 합니다. 저는 계속해서 어린이조경학교, 시민조경아카데미, 나는 조경가다 이런 프로그램에서 노력하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각자 자리에서 노력해 주시리라는 믿음을 갖고 말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다시 여러분들께 묻습니다.

“당신은 조경가입니까?”


_ 주신하 교수  ·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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