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스타가 필요한 시대

주신하 논설위원(서울여대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
라펜트l주신하 교수l기사입력2017-04-20
스타가 필요한 시대



_주신하 교수(서울여대 원예생명조경학과)


프로야구가 개막을 했습니다. 프로야구는 올해로 벌써 36년째 리그를 맞이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프로 스포츠 입니다. 1982년은 제가 중학교 입학한 해입니다만,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만루홈런 맞고 쓸쓸히 돌아서는 투수 모습도 생각이 나고, 한국시리즈에 감격적인 우승을 한 뒤 포옹하던 투수와 포수의 모습도 또렷이 기억이 납니다. 5공화국이 들어서면서 우민화 정책의 하나로 프로야구를 도입했다는 얘기도 있지만, 당시에는 그런 정치적인 상황과는 관계없이 프로야구를 무지하게 좋아했었습니다.

이미 아시는 분들은 많으시겠지만, 저는 두산 베어스(예전에는 OB 베어스였지요?)의 열혈 팬입니다. 당시에는 OB의 연고지는 충청도였지만 깔끔한 유니폼과 멋진 선수들 때문에 팬이 되었던 것 같아요. 물론 어린이 회원 같은 유인책도 큰 몫을 했습니다. 그러나 결정적인 이유를 하나만 들라고 한다면 역시 박철순! 

프로야구 원년 OB 베어스 우승을 이끈 박철순 투수 ⓒ나무위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만한 선수이지요. 원년 우승을 이끈 OB의 에이스. 우리나라에 생소했던 너클볼을 구사하면서 지금도 깨지지 않는 22연승이란 신화를 만들었던 스타. 제가 지금까지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어쩌면 박철순이란 선수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중학교 1학년짜리 꼬마(요새도 중학교 1학년을 꼬마라고 하나요?)가 이 선수를 본다고 인천까지 전철타고 갈 정도였으니까요. 불펜에서 워밍업을 하는 모습을 그물을 사이에 두고 한 1m 정도 거리에서 넋 놓고 보고 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제 어릴 적 우상이었죠. 

대중음악계에서는 요즘 한창 스타 만들기에 정신이 없는 것 같습니다. 소위 대박이 한번 나면 엄청난 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기획사들의 덩치가 점점 더 커지게 되는 것 같고, 막강한 기획력과 자본을 투자해서 스타들을 만들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마음에 맞는 사람들이 팀을 만들어서 연습도 하고 곡도 만들어서 데뷔를 하곤 했었는데, 요즘에는 기획사 주도로 오디션을 통해서 팀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더군요. 최근에는 방송사에서 공개 오디션도 많이 하지요? 물론 이렇게 만들어진 팀의 경우에는 멤버간의 불화나 기획사와의 갈등이 자생적인 팀에 비해서 좀 더 심각할 수 있겠지요. 종종 언론에 나오는 뉴스도 이런 배경을 가진 것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오디션으로 만들어진 팀이 1년 정도 활동하고 각자 원래 소속사로 돌아가는 일도 이런 배경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런 가요계의 스타시스템은 가요계 전체를 먹여 살리는데 상당한 공헌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원하는 취향을 잘 파악해서 거기에 잘 맞는 형태로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것이지요. 음악 장르, 외모, 춤, 게다가 유머감각까지도 상품화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예전에 어려운 사정을 가진 사람들의 집을 고쳐주던 ‘러브하우스’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지요? 제목도 좀 이상스럽기도 했고, 건축을 너무 희화한다는 측면이 있었지만, 나름 건축에 대한 인식을 대중화하는데 기여했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도 오래된 집을 새로 지어주는 포맷의 프로그램을 통해서 다시  한번 건축(가)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 같습니다. 프로그램 호스트 역할을 하는 건축가는 대중적인 인지도도 꽤 생긴 걸로 알고 있습니다.

꽤 오랫동안 가졌던 생각입니다만, 이제 우리 조경계에서도 스타가 있어야 할 때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가요계, 스포츠, 건축 등 분야에 관계없이 스타의 영향력은 막강합니다. 물론 만들어진 스타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은 있습니다만, 그렇다 하더라고 한 사람의 스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그야말로 대단한 것이지요. 각 분야에서 스타의 존재는 그 분야를 일반인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첨병의 역할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분야 내부에서는 후배들에게 꿈과 희망(이거 프로야구 초창기 모토였었지요?)을 심어 줄 수 있는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분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는 훌륭한 인재들이 계속 배출되어서 분야 발전에 기여하고, 외부적으로는 그 분야의 역할을 넓히면서 사회적으로 인지도를 높여야 합니다. 이런 목표를 위해서는 모든 관계자들의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몇 명의 스타가 있다면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군요.

작년에는 조경분야에서 몇 개의 전시회도 열리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공원소개, 조경가들의 토크쇼도 몇 건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일들이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조경의 대중화를 위한 아주 훌륭한 첫 걸음인 것 같아서 말이죠. 조금 더 욕심을 내 본다면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일반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조경가가 많이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현재 현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설계가 또는 설계사무소의 작품집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요. 이러한 작업을 연속적으로 진행해서 Process 같은 잡지를 만들 수 있다면 더욱 더 좋을 것 같고. 작년에 진행했던 설계자가 직접 설명해 주는 공원산책 같은 프로그램을 좀 더 활성화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공원에 참여자 명단을 잘 보이도록 설치하는 것도 작은 실천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쉽게 쓰여진 조경 이야기가 책으로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예전에 비해 좋아지긴 했습니다만, 아직 우리나라에는 조경(가)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런 노력들을 통해서 조금씩 알려지는 조경계 스타가 생기지 않을까요? 일반인들에게 조경을 알리고 후배들에게도 굵직한 스타급 선배가 있다는 것은 그 분야 전체에 있어서 무척 큰 재산이 아닐까요? 


서서울호수공원에서 직접 공원을 설명하는 최신현 소장님


동심원 창립 20주년 기념 전시회 ⓒ주신하

우리 분야에서는 상대방 칭찬하는 데 좀 인색한 편인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성과에 대해서 조금은 비판적인 평가가 많은 편이지요. 서로 경쟁하는 상대라서 그런지, 아니면 다른 사람을 올려주면 내가 낮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런가, 그것도 아니면 예술이란 원래 그래야 하는 건지. 잘은 모르겠군요. 하지만 내부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작업에 대해서 인정해 줄 수 있는 여유가 더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좀 더 서로 칭찬을 하는 분위기가 되면 어떨까요?

오래 전 일이긴 합니다만, 조경가가 주인공이었던 드라마가 있었지요? 잉크 블루색 셔츠를 입고 고민하면서 도면을 그리고 비행기 타고 제주도 현장을 다니던 조경가의 모습이 꽤 멋있던 모양입니다. 그 드라마의 영향 때문에 그 다음해 조경학과 경쟁률이 높아졌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제는 드라마 주인공이 아니라 실제 만나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조경계 스타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_ 주신하 교수  ·  서울여자대학교 원예생명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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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haj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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