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구본학 (사)한국환경복원기술학회 회장

″조경, 더 큰 그림이 필요할 때″
라펜트l전지은 기자l기사입력2017-02-02
2017년 조경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오래 전부터 논의되어오던 조경연합회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라펜트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각오를 다지는 조경 단체들의 수장을 만나 올해의 역점사업과 가칭 ‘사단법인 대한환경조경단체 총연합’에 대해 들어보기로 했다.

“조경은 그 자체가 다분히 융복합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으나 이제 더 큰 그림이 필요할 때”라고 말하는 구본학 (사)한국환경복원기술학회 회장은 “각자 일정한 능력을 갖추고 전문성을 입증함으로써 함께 가는 다양성을 수용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도적으로도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구본학 (사)한국환경복원기술학회 회장


2017년이 밝았습니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조경인들에게 신년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또다시 새해 아침이 밝았습니다.
지난 한 해 우리 모두를 아프게 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작게는 우리들의 문제에서 크게는 국가의 문제까지 굳이 거치지 않아도 될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작은 지혜를 모아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성숙된 우리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제 새로운 희망으로 다시 시작합니다. 모두 더욱 행복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지난 한 해를 회고해본다면?

한국환경복원기술학회는 지난 20년 동안 생태복원의 이론과 기술을 정립하면서도 자연환경보전 분야의 제도와 정책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지난 해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제도, 교육, 조직, 산업 등의 학회 전반에 대해 점검하고 발전방향을 천명한 바 있습니다. 조직과 인적 구성 등 학회 내에서 가능한 부분은 과거에 비해 더 큰 폭으로 변화를 주었고, 환경계획조성협회 등 산업계와도 학회 창립 정신에 입각하여 처음 마음으로 돌아가 더 많은 교류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자연환경보전 관련 제도와 교육 등의 현안 과제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으며 아직 가시적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깊은 논의를 통해 곧 그림이 그려질 것입니다.

여러 차례 강조한 바와 같이, 자연환경보전 사업 또는 생태복원 사업은 현행 제도에서 명확하지 않았던 사각지대를 새로운 시장으로 창출한 것입니다. 기존의 건설업 또는 유사한 업의 범위가 아닌 새로운 틀을 통해 신규 시장이 제도화된 것으로서, 조경, 토목, 생물, 환경, 문화 등 다양한 학문과 기술이 접목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해 봄가을 두 차례 학술대회와 국회환경포럼, 동아시아생태학대회, URBIO, ICLEE 등 주요 행사를 통해 자연환경보전의 제도적 필요성을 강조하였고, 우리 학회의 학술적 기술적 역량을 나타낸 바 있습니다.

올 한해 역점 사업은?

가장 큰 목표는 자연환경보전사업 관련 제도적 정비라고 하겠습니다. 자연환경보전사업 관련 제도적 정비는 환경부 등 정부와 국회, 학계, 산업계 등 각 분야의 지혜를 모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바와 같이 자연환경보전 분야의 활성화를 통해 더 넓은 시장을 확보함은 물론 아직 드러나지 않고 숨어있는 사각지대의 사업까지도 발굴할 수 있고, 이는 결국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진로, 산업계에서는 전문가들과 산업체들의 다양한 기회를 증진시키기 위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미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지고 있으며 관련 전문가 및 학협회를 중심으로 다각적인 의견수렴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협의체 구성을 이미 제안한 바 있으며, 저희 학회를 중심으로 인근 학회와 환경계획조성협회를 포함한 관련 협회 및 산업체, 전문가, 기타 이해의 정도에 관계없이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는 장을 마련하여 찬성과 반대, 발전방향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습니다. 목표는 올해이지만 서두르기 보다는 관련 기관 및 전문가들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봄가을의 학술대회와 현안 과제를 논의하기 위한 비정기적 학술세미나와 워크숍 등은 물론, 자연환경보전 관련 전문 교육, 홍보, 기술개발 등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입니다. 학회지, 자연환경정보지 등의 질적 향상과 RnD 사업도 중요한 과제로 추진하고자 합니다.

작년에 추진했던 국내외 학술대회를 기반으로 중앙정부, 지자체, 공사, 공공기관 등과 협력하여 현안과제에 대한 학술적 기술적 해법을 찾는 자리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대한환경조경단제총연합(가칭)의 청사진이 그려졌는데, 이 연합체의 역할과 비전은?

저는 이미 취임인사를 통해 다양한 학협회, 전문가, 정부 등 이해당사자들이 함께 고민하는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바 있으며, 이번 연합회의 발족은 그러한 제안에 대한 공식적인 반응의 하나로 이해하고자 합니다.

앞에서 얘기한 바와 같이 조경이 지니는 다학제적 융복합적 성격과 넓은 스펙트럼, 그리고 다양성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관련 단체들이 함께 논의하는 장을 마련한다는 것은 긍정적인 것으로 생각합니다. 서로 다른 목표와 속성이 있으면서도 공동의 관심사를 지닌 학협회 단체들이 함께 모여 미래를 논의하고 준비한다면 건설분야 전반에 나타나는 총체적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지혜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림을 보면 연합회의 성격을 넘어 또 다른 단체를 구성한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초기에 논의되었던 연합회 성격과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이며, 이에 대해 명확한 방향설정과 더불어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어느 정도 밑그림이 그려지고 대외적으로도 공개되는 등 공식화되었지만, 논의 및 운영과정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나타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우려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너무 서두르기 보다는 초기에 좀 더 진지한 논의를 통해 목표와 방향을 분명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 자연환경보전 제도를 포함하여 조경인들이 관심있는 다양한 주제를 논의하면서 생각의 차이를 좁혀가며 최선의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 가는 성숙한 협의체가 되기를 기대하며 또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현재 조경이 당면한 어려움과 이를 타개할 방안은?

조경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조경분야뿐만 아니라 이웃 분야 모두들 어렵다고 합니다. 더 큰 문제는 헤쳐 나갈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특히 올해는 예년에 비해 사회적, 정치적으로 예측하기 힘든 수준으로 더욱 큰 변화가 예상되므로 건설 환경 또한 방향을 알 수 없어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조경은, 그 자체가 다분히 융복합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으나 이제 더 큰 그림이 필요할 때입니다. ‘조경’이라는 이름이 지닌 상징성은 분명 강조되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조경인들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그 한계가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조경의 이름으로 할 수 있는 부분과 그 한계, 그리고 새로운 방향에 대해 심각한 고민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큰 고민 없이 수행해왔던 산림관련 및 경관관련 사업들이 이미 제도적 틀에서 조경의 영역에서 벗어나고 있으며, 자연환경보전 관련 사업이 새로 창출되었음에도 아직 제도적으로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고 그 논의의 중심에 조경인들이 있습니다. 

조경인이 참여할 수 있고 참여하고자 하는 기회의 문을 열고 조경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입증하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자연환경분야의 예를 들면 실제로 많은 조경분야 전문가들이 자연환경보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생태적 지식과 이론, 실무 경험, 열정 등을 갖추고 자신의 전문성을 증명함으로써 자연환경보전 관련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이는 다른 분야에서도 같은 의미로 적용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어떤 특정 분야에 대해 ‘우리끼리’ ‘내 것으로’라는 시각에서 벗어나 각자 일정한 능력을 갖추고 전문성을 입증함으로써 함께 가는 다양성을 수용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도적으로도 유연한 사고가 필요합니다.


상황과 환경에 맞게 다양한 리더십이 요구되는데, 현재 조경계에는 어떠한 리더십이 요구된다고 생각하는지?

합리적인 비전이 중요합니다. 꿈은 크게 꾸되, 무리한 장밋빛 환상에서 탈피하여 현실적인 실현가능성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실천을 위한 로드맵과 방법론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독선적이거나 군림하거나 배타적 사고 그리고 일시적 인기를 위한 자극적이고 포퓰리즘적 사고보다는 스스로 다양성을 수용하고 모범을 보임으로써 구성원들을 설득하고 합의과정을 통해 상호 소통의 길로 이끄는 화합의 정신이 중요합니다.

지금 그리고 미래의 사회는 우리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나와 우리를 소중하게 여기는 만큼 주변의 타인과 타 분야도 소중하며, 타인을 배려하지 않은 ‘우리끼리’만의 잔치는 결코 흥겹지만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분야의 발전을 위해서는 내부 구성원의 화합과 더불어 외부 전문분야와의 타협을 이끌어 갈 전략을 담은 합리적 비전을 갖춘 화합의 리더십이 지금의 길고 긴 터널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입니다.


올 한해 조경계를 이끌어나갈 리더로서 포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조경전문가들은 대단히 장점이 많으며 특히 예술적인 감각으로 심미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한편 과학적인 분석력으로 현상을 진단하고 생태적 건강성을 보장하는 ‘종합과학예술이며 동시에 철학’을 위한 최고의 전문가라고 스스로 자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장점으로 다양한 전문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융복합적이고 유연한 사고와 지식과 기술을 지니고 있으며, 다양한 전문분야를 통합하여 더 큰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소위 창발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장점으로 다른 분야와 때로는 협력함으로써 때로는 갈등하면서 우리 분야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조경분야의 정체성을 고민해야 할 정도로 그 어느 때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했고 특히 금년은 사회적 정치적 변화가 예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더 고도의 전략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먼저, 조경분야를 중심으로 급변하는 제도적 다양성에 대응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대화와 설득을 통해 공감대를 이루는 과정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협의체 또는 각 구성원들과의 지속적인 대화의 장을 마련할 것입니다.

또한 정부 및 유관기관과의 정책공유입니다. 크게는 국가적으로 작게는 우리 분야의 발전을 위해 법제적 정비와 정책 수립 과정에서 비전을 제시하고 설득할 것입니다.

아울러 조경인의 현재와 미래세대를 위한 핵심 키워드의 하나로서 자연환경보전 분야의 법제화를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 및 학협회와 서로 생각을 나눌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하겠습니다. 큰 그림으로 준비하고 있고 환경 변화에 따른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금년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으며, 예측 불가능한 부분까지도 고려하여 중장기적 전략을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위기의 터널을 빠져나와 곧 또 다른 기회로 만들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을 때입니다. 감사합니다.
글·사진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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