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과 생태계, 환경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다

[인터뷰]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라펜트l기사입력2020-07-22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은 곤충과 생태계, 나아가 우리네 환경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끊임 없는 연구결과물을 논문, 저서, 유튜브 채널 등 다양한 창구를 통해 널리 알리고 있다. 그가 최근에 발간한 책에 대한 내용과 함께 다양한 생각들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새 책 『붉은점모시나비와 곤충들의 시간』이 발간됐습니다. 그간의 연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책입니다. 책 소개 부탁드립니다.

24절기에 따른 붉은점모시나비의 생활사와 곤충들의 다양한 행동을 관찰한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멸종위기곤충 소똥구리를 키우기 위해 소를 방목해 키우는 방목지를 관리해야 하고, 물장군을 증식하기 위해 물고기와 개구리를 키워야 하는 고단한 일상과 생태적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계절에 따른 생물들의 시간을 연구하는 생물계절학을 기반으로 멸종위기종과 생물다양성 그리고 생물자원의 가치를 새롭게 제시하기도 합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곤충이지만 이들과 어울려 생태계를 구성하는 식물, 곤충과 엮여있는 뭇 생물들의 생명활동도 자연스럽게 섞여있습니다. 물론 생태계의 주요 인자인 사람 사는 세상 이야기도 관찰하고 기록했습니다.(관련기사)

이강운 저 │ 지오북


책은 다양한 생물들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특히 제목에 붉은점모시나비를 삽입하셨습니다. 붉은점모시나비 연구를 통해 얻은 이야기들이 궁금합니다.

24절기의 마디로 나누었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줄거리는 멸종위기곤충 Ⅰ급인 붉은점모시나비입니다.

붉은점모시나비는 빙하기의 흔적을 몸에 그대로 지녀 한겨울에 발육, 성장을 하는 유일한 곤충으로, 영하 48도까지 버틸 수 있는 내동결물질을 갖고 있는 특별한 생리와 이러한 시스템을 가능케 하는 메카니즘은 이미 논문으로 밝혔습니다. 또한 극한 조건의 삶을 사는 생리적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활용한 물질을 찾기 위해 오랜 기간 유전체 연구를 진행했는데 2020년 말까지는 좋은 논문과 특허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멸종위기종을 지키면서 생물자원으로 가치가 높은 기능성 물질까지 얻을 수 있으니 붉은점모시나비가 제게 준 선물입니다.


이번에 발간된 책을 비롯해 여러 권의 저서가 있으시기도 하시고, 최근 곤충의 생태를 다룬 유튜브 채널 ‘HIB(Holoce Insert Broadcasting)’를 개설해 다양한 내용들을 영상으로 제공하고 계십니다. 곤충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시게 된 계기 소장님께서 걸어오신 길이 궁금합니다.

곤충을 연구하게 된 계기라면 워낙 생물을 좋아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곤충은 아이들과 함께 아파트 베란다서 잠자리나 나비를 키우고 동영상이나 사진을 촬영하면서 더 애정을 가졌습니다.

14년 언론사 근무 기간 중 8년간 생태계 탐사와 환경관련 업무를 담당한 일은 제게 어느 정도 전문성과 인생의 방향을 잡게 해 준 축복이었습니다. 퇴사하고 그렇게 좋아하던 곤충을 연구한지 24년이 흘렀습니다. 좋아하는 일이지만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라 공부도 계속했고 각 종 언론에 칼럼을 게재하고 일반 국민이나 숲 해설가, 공무원 등에게 강의를 하며 생태계와 환경,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 해 오고 있습니다.

곤충 연구 중 특별히 관심을 갖고 집중한 분야가 애벌레(캐터필러)입니다. 곤충의 생활사 대부분을 차지하고 인간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애벌레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은 많은데, 전문가가 전무해 애벌레 분야를 더욱 애정을 갖고 연구를 지속해 왔습니다. 2016년부터 이들 자료를 정리해 ‘캐터필러’라는 제목으로 매년 출간하고 있으며 얼마 전인 2020년 7월 10일 ‘캐터필러 Ⅳ’를 출간하였습니다.(관련기사1, 2. 3)

코로나 바이러스로 자연을 직접 체험하지 못하는 국민들에게 비대면이나마 생명과 힐링을 느끼실 수 있도록 유튜브 힙(HIB: Holoce Insect Broadcasting)을 런칭했습니다. 과학을 포기하지 않고 재미를 곁들인, 모든 가족이 함께 시청하며 곤충과 생명을 즐길 수 있는 곤충 방송국을 표방하고 론칭했지만 아직 구독자나 조회 수가 많지는 않습니다. 질 높은 콘텐츠가 계속 업로드 될 겁니다.(관련기사)

1997년 강원도 횡성 깊은 산 속에서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를 열었습니다. 약 3만 여 평의 부지에 각 종 실험실을 운영하며 24년 간 멸종위기종 증식, 복원과 곤충생물다양성 및 생태 교육을 쭉 해오고 있습니다. 곤충 생물다양성을 활용한 애벌레 소재 은행을 통해 신약의 새로운 물질과 소재를 찾는 공동 연구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곤충들을 연구해오셨습니다. 곤충분야의 현황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나고야 의정서 발효 이후 생물자원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습니다. 생물자원이 국부의 원천이기에 더욱 집중하고 있습니다. 곤충 연구 태동기가 일제 강점하의 시기라 식물과 비슷한 현상이 일부 있지만 최근에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분류학자들은 신종과 미 기록 종 혹은 고유종에 대한 고찰을 통해 곤충 자원에 대한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끊임없이 발표하며 생물 주권의 주체자로 그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자연환경복원분야(생태복원)에서는 목표종을 선정해서 복원계획을 수립하기도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물에 대한 지식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되는데, 보다 나은 자연환경복원을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경관이 아니라 생태적으로 자연 환경을 복원해 보겠다는 시도는 시대에 적합한 복원방법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환경부에서 제가 직접 심사를 하거나 현장에서 자문을 해보면 무늬만 생태복원인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목표종의 서식 환경, 즉 대를 이어 잘 살 수 있느냐?’입니다. 서식 환경을 크게 2가지로 나누어 보면 생물적, 비 생물적 요인입니다. 먹이, 짝짓기 할 파트너나 천적을 고려하는 생물적 요인은 그나마 눈에 보여 접근하기가 가능하지만 습도, 온도, 바람, 지형과 같은 비 생물적 요인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복원지가 그들 생물에 적합한지를 확인하는 절차가 우선이고 생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합니다. 인터넷이나 비전문가의 무책임한 생각이 아니라 분야별 최고 전문가가 자문할 때만 생태복원이 가능합니다. 모니터링과 복원 절차를 제대로 순서에 맞게 진행하는 것이 생물도 살리고 자연 환경도 제대로 복원하는 매뉴얼입니다.


곤충은 생물다양성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미래자원으로서도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가장 많은 종수와 가장 많은 개체 수를 가진 곤충이기에 그 활용도는 무궁무진합니다. 식량은 아직 많은 사람들이 호감을 가지지 않는 분야라 쉽게 활용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효율이나 잠재적 가치로 따져 보면 식량보다는 각 종 동물의 사료용이 훨씬 이용도가 높을 것입니다. 얼마나 많은 동물을 키우는지, 전 세계인들보다 숫자가 훨씬 더 많습니다. 개, 고양이, 소와 말이 있고 닭이나 돼지의 숫자는 또 얼마입니까? 관상용 어류에 동물원의 수많은 양서 파충류가 먹어대는 사료가 얼마입니까? 수많은 사료의 원재료가 아마존을 파괴하며 생산하는 옥수수입니다. 곤충을 사료화하면 산림 파괴를 막아 지구온난화를 지연시킬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진정한 그린 뉴딜이라 할 수 있죠.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사실은 전 세계적으로 전문가가 없는 애벌레(캐터필러) 연구를 지속해 집대성하는 일입니다. 2016년부터 출간하기 시작한 ‘캐터필러’를 매년 계속 출간할 계획입니다. 6권까지 출간이 되면 6권을 모은 한 권의 책으로 발간할 예정입니다. 이제껏 어느 나라에서도 출간되지 않은 약 1,000종의 애벌레 생활사가 수록되는 멋진 책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와 병행하여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붉은점모시나비의 유전체 연구를 애벌레 소재은행 전체로 확대하여 특별한 장내미생물이나 효소를 탐색할 예정입니다.
 
진정 생명과 힐링을 제공하는 유튜브 HIB을 위해 다큐멘터리와 같은 질 높은 콘텐츠를 업로드하여 곤충과 생태계, 더 나아가서는 환경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세계적인 생물 관련 방송국이 되는 게 목표이기도 합니다.
_ 전지은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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