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통합_ 삶터 가꾸기의 전술, ‘통합’(下)

경공환장: 다시 보는 일상, 느껴 보는 도시_14회
라펜트l안명준 조경비평가l기사입력2013-11-08

통합설계를 지적해온 통합() 논의들

 

통합설계의 지향은 결과물을 어떻게 잘 통제할 것인가의 차원이 아니라 결과물의 변화를 어떻게 잘 유도할 것인가에 두어야 한다. 통합의 목적도 여기에 있다. 새로운 실천은 여기에 입각하여 통합설계를 충분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통합의 본질적 특성은 과정과 결과물 모두에서 드러난다. 이해를 돕기 위해 통합적 학문연구에 대한 담론을 예로 들어본다면, 통합적 학문연구에서는 통합의 개념을각 학문 분과의 고유한 영역에서 생산하는 지식들 사이에 탈경계적인 대화와 교류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즉 생산된 지식의 성격뿐만 아니라 지식생산의 과정과 방법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다양한 학문 분과의 아이디어와 지식과 방법들이 결합하여 제 3의 지식(체계)을 생산하는 과정에통합적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통합의 당사자들이 각각 자신들이 지녔던 고유의 결과 맥락을 고스란히 지닌 채 통합된 전체와따로 또 같이작동될 수 있는 방식으로 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통합 실행이 이론가가 아니라 실천가들에게서 지적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초기의 통합 개념 관련 유사한 개념으로는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유기적 디자인(organic design)”을 들 수 있다. 이는전체 사이에 통합적인 관계가 있는 건축을 말한다. 프로젝트 전반에서나 모든 세부 결정(디테일)에서 건축가가 일관성을 유지해야 함을 강조한 것이며, 타분야와의 협업(collaboration)을 예견한 것이기도 하다. 좋은 건물은 모든 디자인 팀의 일원이 프로젝트에 대한 일관성을 유지한 결과로 만들어진다는 생각에서 통합을 이해할 수 있다.

 

옴스테드 시대에도 이미 통합()에 대한 지적이 있었지만, 통합설계 실행과 관련된 직접적인 지적이 나타난 것은 1960년에 로렌스 할프린에 의해서였다. 그는 1966공간 통합(Integration of Space)’ 개념을 제안한 바 있다. 이 개념으로 그는 고속도로와 도시와 건축기능이 일체화된 통합 공간으로서, 형태보다는 인간적인 도시성 획득을 위한행위공간을 창출하고자 하였다. 구체적인 성과는 1976년 완성된 워싱턴주 시애틀시의 ‘Freeway Park'이다. 여기서 그는 고속도로의 기능은 그대로 남겨두고, 그 위에 거대한 인공지반을 걸쳐 토지의 이중적 입체이용으로 전혀 새로운 공공 오픈스페이스를 만들고 있다.

 

통합디자인(integrated design, 통합설계)’이라는 용어는 1970년대 빅터 파파넥(1971)의 『인간을 위한 디자인』에 소개되고 있다. 빅터 파파넥은 통합디자인을 전체로서의 디자인, 즉 하나의 통일감을 이룬 디자인이라 정의 내렸다. 통합디자인을 통해모든 도구, 생산품, 거주지역 등의 기능과 구조를 재계획하고 재디자인하여 하나의 통합된 환경, 인간의 요구에 의해 성장하고 변화하고 돌연변이 하는, 적응되고 재생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한다.

 

모더니즘 시대를 지나며 통합에 대한 논의는 분석적 사고에 입각한 과학적 방법론들 개발에 잠시 자리를 내주면서 수많은 설계가들의 활약을 불러오게 된다. 각자의 설계 방식이 각자의 언어로 폭발하듯 표현되는 시대였으며, 이에 따라 유형화하기 어려운 전문가들의 시대를 지나게 된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그 한계에 도달한 듯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들이 활발하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에콜로지컬 어바니즘, 인테그럴 어바니즘 등 보다 큰 차원의 완전함을 상정하는 경우들이다.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의 대표 주자인 리처드 웰러(Richard Weller)는 조경계가광역적 규모의 동태적 시스템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을 통하여 조경이 건축가와 계획가가 도시설계에서 성공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던 많은 문제를 다루기에 가장 적합한 영역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새로운 세대의 조경가들은 기계적 도시와 교섭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도시의 문화와 자연 모두를 경계가 사라진 하나의 동태적 생태학으로서 철학적으로, 실천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강조한다.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이 이론이나 실무분야로 학문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나, 경관을 중심으로 관련 전문 분야의 통합적 접근이 요청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것이 최근의 통합설계 경향을 종합적으로 보여준다.

 


Freeway Park(출처: http://www.seattle.gov)

 

경관도시의 통합성, 삶을 위한 집중 탐구

 

지금까지의 통합 담론을 종합하여 보면, 통합()은 다음과 같은 공통된 지향(본질)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는 과정이 통합설계라 할 수 있다. 통합()은 통합설계라는 과정을 통해 구현되는 공통의 지향이며, 그 결과로 나타나는 산물이 혼합적 양상(경향)들이다.

 

통합은 “1) 각자의 전문성(각 분야만의 깊이 있는 통찰), 2) 공통의 지향성(하나의 완전성, 온전한 새로움을 지향), 3) 수평적 소통성(수평적 리더쉽), 4) 내적 진화(완전함을 통한 각 분야만의 새로운 깊이와 통찰), 나아가 5) 서로 함께 공진화(심도 있는 각자가 모두가 함께 진화함)”를 내포한다.

 

통합설계란 각 분야의 주체들이 동등한 위상을 가지고 서로의 영역 경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환경을 조작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경관은 통합의 언어, 즉 매체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각 영역의 가능성이 확장되어 함께 진화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20세기 후반에 이르면 경관이 특정 장소, 국소적 지역과 연관된 것으로만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시스템으로 이해되기 시작한다. 더불어 이러한 이론적 개념 전환은 도시적 실천으로 이어진다. 최근 도시, 건축, 토목 등 조경의 인접분야들이 융합하는 현상은 이와 관련 있다. 각 실천 분야들이 융합하고 협업하는 가운데, 경관 개념의 새로운 확장 또는 재정의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그것은 경관이 매체로서 역할함을 강조해준다.

 

따라서 최근 경관은 조경뿐만 아니라 도시 관련 주체들(Urban Actors) 사이의 관심사로 부상하였고, 이로써 혼성적 경관이 다양하게 지적되고 있다. 이는 경관에 다학제간교호, 소통, , 언어등의 역할이 가미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위니 마스(Winy Maas)개별이 전체를 만난다.”고 말한다. 우리는 통합이 그리는 전체를, 완전함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나아가 그것은 물리적 환경만을 다루는 것이 아님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독일은 1999년 이미사회통합도시 프로그램(Socially Integrative City)’을 도입하였고, 2007년 베를린에서는베를린 2007-2011 통합정책(Integration Policy in Berlin 2007-2011)’이 발표되기도 했음을 주목하자. 통합은 이제 전체를 위한 필연이 되었다.

 

<www.NewtWork.net>
연재필자 _ 안명준 조경비평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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