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풍경_ ‘전체에 대한 통찰’: 당신과 나만을 위한 “풍경”(下)

경공환장: 다시 보는 일상, 느껴 보는 도시_4회
라펜트l안명준 조경비평가, 이형주 기자l기사입력2013-03-08

‘치는 시와 찍는 그림시대를 위한 풍경

풍경이 밖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는 이유를 찬찬히 곱씹어 보면 또 다른 통찰이 자연과 풍경 사이에서 펼쳐질 것이지만, 이제 우리 도시와 일상의 관점에서 풍경을 살펴보도록 하자.

 

자연과 경관이 그대로 풍경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제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풍경이 어떻게로부터 시작된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으며, 당연히 언제나 있는 것이 아님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오귀스탱 베크가 풍경 개념이 모든 시대, 모든 풍토에서 존재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하는 것도, 나카무라 요시오(中村良夫, 일본의 경관학자)가 풍경을 객관적 존재와 인간 심리가 만나 생기는 일종의 수수께끼라고 말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풍경의 역사가 깊은 우리의 전통으로 눈을 돌려보자. 예부터 우리 전통에서 풍경을 대하는 시각은 남달랐는데, 경치 좋은 산하 곳곳에 어김없이 정자가 놓여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풍토가 문화에 영향을 주는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전제한다면 우리에게 자연은 곳곳이 감흥을 주는 풍경으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전통 정원은 그것의 정수를 보여주며, 어느 문화권이든 풍토에 적응한 정원들은 이러한 입장을 기본으로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소쇄원과 서석지원은 풍경에 있어서는 각별한 위상을 가지며 우리시대 풍경(개념)에 던지는 의미가 깊다.

 

먼저 담양 소쇄원은 자연에서 풍경을 찾는 첫 번째 전통을 보여준다. 그것은 시각만이 아니라 감각적 다의성이라는 측면에서, 보고자 하는 사람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감흥을 주는 곳을 찾아 거기에 머물게 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렇게 들어앉은 모습마저도 또 다른 감흥의 대상이 되게 하는 것이다. 소쇄원의 설치물들 자체가 자연 속에 한 폭의 풍경으로 자리하며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것은 그대로 외면의 것에 기댄 삶의 풍경을 펼쳐준다. 그러니 거기에서는 한참 감상과 의미 찾기가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외면으로부터 발견되는 감각적 풍경들이 시로, 그림으로 재번역 되는 것이다.

 

이와는 다른 방향으로 풍경을 분리해내는(찾는) 경우가 서석지원이다. 다의적 자연과 다각적 경관을 찾아 거기에 나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면세계를 먼저 그리고(설정하고) 그것을 외부 자연에 투사하여 보려는 태도가 먼저인 것이다. 의미와 성찰이 앞서다보니 자연이 가진 형상(form)보다 자유로운 심상이 드러나게 된다. 서석지의 정원은 의경이기도 하지만 내면의 것을 그대로(즉자적으로) 자연에 들여놓는 풍경이기도 한 것이다. 밖으로부터의 풍경(경치) 만들기가 아니라 안으로부터의 풍경 설정하기인 셈인데, 정원의 곳곳에 담긴 이야기는 보는 사람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한다.

 

소쇄원과 서석지원은 전통 정원에 담긴들어앉는 태도들여놓는 의미를 분명하게 구별해 준다. 그리고 이것은 자연(풍토)에서 풍경을 찾고자 하는 오랜 태도를 그대로 보여준다. 더군다나 그 풍경이 자연 속 일상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은 특히 오늘날 각별하게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풍경 찾기는 어떨까?

 

먼저 우리시대 세태를 살피면 새 세기 콘크리트 메트로폴리탄이 풍경에 대한 보편적 욕구를 불러왔음을 알 수 있다. 자연을 찾아 떠나는 다양한 걷기 행사와 야영, 가드닝과 도시농사, 나아가 귀농, 귀촌, 가드닝스쿨, 옥상정원 등이 그것을 보여준다. 풍경을 찾는 모두의 욕구를 사진 기계의 발달이 쉽게 충족시켜 주기도 하였다. 인터넷의 발달과 블로그, 카페 등의 문화는 그것을 더욱 활발하게 지원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리시대 풍경에 대한 입장은 발달된 기계 문화와 떼려야 뗄 수 없다. 풍경을 보려는 입장을 카메라가 대리해주며 그 감흥을 소통하는 것은 인터넷이 지원해준다. 어쩌면 그것이 자연에 대한 관조적, 미적 태도를 자연스럽고 보편적으로 이끌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민을 담아쓰는 글의 시대에서 쏟아내듯치는 글의 시대로 변화되었듯, 내면을 담아그려내는 풍경의 시대에서 외부에 대고찍어대는 풍경의 시대로 바뀌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심해봐야 할 것이다. 어쩌면 이런 세태의 풍경 개념 성찰이 모두에게 필요함을 방증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므로 우리는 치는 글과 찍는 그림의 단면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 소쇄원과 서석지원은 이미 그 답을 보여주는지도 모른다.

 


소쇄원의 설치물들 자체가 자연 속에 한 폭의 풍경으로 자리하며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것은 그대로 외면의 것에 기댄 삶의 풍경을 펼쳐준다. 그러니 거기에서는 한참 감상과 의미 찾기가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외면으로부터 발견되는 감각적 풍경들이 시로, 그림으로 재번역 되는 것이다.(소쇄원 광풍각_사진 이형주)

 

표정 없는 도시를 위한풍경’:

미모(the Beauty)에서 매력(the Aesthetic)으로...

 

생각해보면 우리 도시에 정자가 곳곳에 놓여 있지 않은 것은 도시가 풍경으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풍경이 아무리 주관에 기댄다고 하더라도 도시에서 풍경을 논하기 어려워진 점만큼은 누구나 공감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현대판 정자라고 할 만한 공원, 벤치와 카페가 도시 곳곳에 들어서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우리 도시에서 풍경을 논하기 위해서 개념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정리해보면 결국 풍경은 내면의 것이든 외부의 것이든 프레임을 전제하는 어떻게의모습이다. 도시에서 풍경은 심상과 경관, 이 둘이 함께일 때를 말하며, 그 심상은 나쁜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이자 아름다운 것이며 즐거운 것이어야 한다. 우리 도시의 풍경이 지향할 바는 여기서부터 고민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문제는 풍경의 시작이 도시(물리적 실체)로부터가 아니라는데 있다. 사람들(시민들)의 모여진 내면과 보고 싶어하는 의지에서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 도시의 풍경은 사람들(시민들, 이용자, 이용가)의 말에 귀기울이는 것에서부터 출발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도시에서의 풍경이 사회적 일면이라는 것과 연관되며 우리시대 보편적 미감에 기대어 작용해야 함을 강변한다. 풍경도 손에 잡히지 않지만 사회적 요청과 보편적 미감이라는 것도 쉽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관련 전문가들의 노력과 협업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그래도 몇 가지 힌트가 있는데, 풍경을 찾아 떠나는 출사 모습들과 블로그의 수많은 사진들, 둘레길과 올레길 등 길 찾아(풍경 찾아) 떠나는 모습들, 화훼와 나무로 꾸미는 정원과 베란다 활동들, 자연물을 보고 만지고 함께 즐기기 위한 강좌와 답사 사례들, 그리고 심지어 듣기에만 머물지 않고 직접 불러보고 함께 평하며 즐기는 노래 교실들 등 우리 주변 사람들의 일상을 잘 살펴보는 것이다. 풍경이 미적 측면에 기대어 있다는 점은 일상 속에서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확장된 미적 태도가 보편화되면서, 형식적 아름다움(미모)보다 내용적 아름다움(매력)을 찾는 시대로 전환되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그러할 때 거기로부터 지금 우리 도시의 공원이 풍경을 지향하고(프레임된 자연), 정원이 일상을 지향하면서(일상화된 자연) 서로 공진화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아쉽지만 우리 도시의 전문가들은 도시의 풍경을 말하지 않는다. 장소만들기, 마을만들기는 있지만 풍경만들기가 없는 것만 봐도 그렇다. 아마도 이것은 풍경이 아름다움을 찾는 개별 감성의 영역에서 설정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도시 경관이 아니라 도시 풍경을 말하는 전문가도 필요하다. 우리시대 아름다움에 대한 태도가 확장되었음에 주목한다면 도시 풍경에 대한 실마리는 충분하다. 한 끼 밥은 먹지 않더라도 한 편의 영화는 보고야 마는 주변의 우리를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연재필자 _ 안명준 조경비평가  ·  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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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_ 이형주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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