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경관_ ‘그리드락 쏘싸이어티’: 카오스모제의 ‘경관’(上)

경공환장: 다시 보는 일상, 느껴 보는 도시_5회
라펜트l안명준 조경비평가, 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3-03-15

약방의 감초처럼 경관이 여기저기에서 목격된다. 그런데 우리는 경관에 대해서 각자 너무 잘 알고 있는 시대를 지나고 있는 것 같다. 모두가 같은 어휘를 사용하지만 모두가 다르게 의미 부여하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어려운 단어(개념)이면서 쉬운 단어이기도 한경관을 어떻게 봐야 하는 것일까?

 

‘경관(landscape)’; 대지를 발견하는 즐거움

 

경관이 그림으로부터 설명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의 경관이 그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이어지는 자연생태로부터 시작된 것임은 흔히들 간과하는 것 같다.

 

경관(land-scape)은 그 어휘에서 보듯 땅(자연)과 관련된 인간 해석(지각과 인지)의 산물로 출발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경관이 땅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면 땅의 모습에 따라 경관도 다양해 질 것이다. 수많은 문화권에서 다양하게 차별화된 관습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관습은 관점을 형성하고, 관점은 세계를 습관화하며 성장하여 개념과 학문을 이루게 된다. 경관도 그렇게 문화권마다 순차적으로 형성된 개념이라고 보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그러므로 경관이 풍토에 따라 달리 태어난 개념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랜드스케이프(landscape, 영어), 페이자주(paysage, 불어), 파에사지오(paesaggio, 이태리어), 란드스카프(landscap, 네델란드어), 파이사헤(paisaje,  스페인어), 란트샤프트(Landschaft, 독일어)”, 이것 모두가 똑같은 것이 아님도 이해해야 한다. 일례로 황기원 명예교수(서울대)는 경관을 같은 영어권이라도 미국인들은 자연 경치로만 이해하고 영국인들은 그 안에 포함된 인간 존재까지 보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지만 어떤 상황이 그려진다고 해도 경관은 땅에 있다. 그것도 언제나 땅과 붙어 땅 위에 있다. 경관이 물리적이면서도 미적(감성적)인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것이 근현대 경관의 이슈들을 발생시키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근대 경관 개념에는 애로사항이 많았다. 그것이 가렛 에크보, 로렌스 할프린, 이안 맥하그, 피터 워커, 제임스 코너 등의 실천가와 이론가를 성장시킨 배경이기도 하다. 과학적 사고가 요구되던 시대에 조경이 설정한 경관은 풍경과는 거리가 있었고, 자연물을 다루고 이해하는 정도였다. 심미적 사고가 요구되던 시대에는 경관이 예술을 좇아 시각과 물성으로 축소되기도 했다. 이제 경관은 도시의 디자인 대상이기도 하고 아름다움의 측정 대상이기도 하며 규제와 통제의 단면이기도 하다. 그러니 풍경화에서 시작된 경관과 근대 조경의 경관이 다른 것인 양 각자의 길을 개척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서로 구별되는 것이다.

 

경관과 땅의 관계를 이해한다면 재미있는 도발적 질문이 가능하다. 천경(天景, skyscape)은 경관인가? 경관이 그 어휘에서처럼 땅의 모습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한번 생각해 보자. 천경은 어디에 있는가? 천경도 경관이랄 수 있는가? 생각이 이어졌다면 그 답을 잠시 각자 담아두고 다음을 살펴보자. 경관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서사)이 힌트를 줄테니까.

 


"이제 경관은 도시의 디자인 대상이기도 하고 아름다움의 측정 대상이기도 하며 규제와 통제의 단면이기도 하다."

 

팔방미인경관(landscape)’; 미모와 매력의 하모니

 

애플턴은 그의 책에서우리는 경관(landscape)에서 무엇을 좋아하며, 왜 그것을 좋아하게 되는가?”라며 경관(풍경)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를 찾고자 한다. 이에 대한조망-은신 이론(prospect-refuge theory)”은 그가 찾은 해답 중 하나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경관에 대해서는 많은의 연구자들이 개념을 설명하거나, 확장하거나 저마다의 입장에서 규정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근에 주목되는 몇 가지만 살펴보면, 경관이 확장되며 미모와 매력을 겸비한 팔방미인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가늠해보자. 물론 천경에 대한 것도.

 

에른스트 곰브리치, “알프스 풍경(landscape)의 발견은 산의 전망을 담은 그림의 확산에 앞서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뒤이어 일어났다. 자연의 숭고한 아름다움에 대해 처음으로 사람들의 눈을 일깨운 화가는 바로 클로드 로랭이었다. 그가 죽은 뒤 백년 가까이 되었을 때에야 여행객들은 클로드의 기준에 따라서 실제의 경관을 판단해 보기 시작했다.”

 

데니스 코스그로브_경관 개념은, 특정한 역사적 시기에 개인주의 이념, 객체적 환경에 대한 주체의 통제, 총체적인 역사적 경험의 맥락으로부터 개인적인 경험의 분리 등을 강화하는 장치로 출현했다. 경관은 1) 세계의 가시적 형태(그리고 그것의 구성과 공간 구조)에 대한 관심, 2) 환경의 통일성·일관성·합리적 질서의 정도, 3) 세계를 구성·재구성하는 힘에 대한 인간의 개입과 통제 등을 함의하는 복합적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중략) 도시 공간은 자연 경관을 인간의 의도나 계획에 따라 인공 경관으로 바꾼 것이다. 도시 경관은 인간이 다채로운 색깔을 사용하여 땅 위에 그려놓은 그림이며, 다양한 소재를 이용하여 그 위에 만들어놓은 조각품이다. 그러나 도시 경관은 단순한 그림이나 조각이 아니라, 도시 생활의 외형적 표현물로서 가시적 형태이며 또한 도시 생활의 메타포로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에릭 허쉬_ “경관은 문화적 과정(cultural process)이다. 외부자적 시각이 아니라 내부자의 일상적 실존과 삶의 장소를 연결하는 관계에 비중을 두어야 한다.”

 

토마스 미셀_“경관은 눈에 보이는 대상이나 읽히는 텍스트가 아니라 사회적, 주관적 정체성이 형성되는 어떤 과정으로 생각해야 한다.”

 

아이켄(S. B. Aiken)_ “지리학자의 경관에 대한 개념은 일반인들과는 매우 다르다. 지리학자는 한눈에 전부 보여질 수 없는 큰 규모의 공간적 단위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 지리학자는 경관에 관한 개념, 가치, 태도, 즉 물리적 및 비물리적인 문화의 흔적을 밝히기를 원한다.”

 

에드워드 렐프_경관은 마치 우리가 입고 있는 옷과 같다. 경관은 그 속에 내재해 있는 많은 것을 숨기면서 또한 드러내 보여준다.”

 

-푸 투안_경관은 우리들이 꿈을 그릴 수 있도록 허락해주며 더 나아가서 격려해준다. 동시에 경관은 우리가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현실로 생각을 유도할 수 있다.”

 

질 클레망_ 경관의 개념은 근대 건축의 개념보다 생성의 개념을 잘 이해하고 있다. 경관은 물리적 형성뿐만 아니라, 안개, 비 등의 모든 환경을 포함한다.”

 

스티븐 보우래서_경관은 일상적 삶의 장이며 따라서 경관미학은 일상적 경험의 미학이다.”

 

김종규_건축에서 새로운 형식으로 보이기 시작한 랜드스케이프(경관)라는 개념은 전통적인 개념의 풍경과는 달리 다소 넓은 범위로 사용되고 있다. 어찌 보면 이러한 개념은 물리적인 상황을 나타낸다기보다는 조직(fabrication)의 방식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건축의 속성상 이것은 주어진 조건 속에서, 인공적인 조작(manipulation)이 내포된, 인공적인 요소들의 조직체로서의 결과물을 뜻하고 있다.(중략) 건축에서 사용하는 랜드스케이프라는 개념은 사실상 일반적인 건축의 범위를 벗어난다. 그것은 이미 분류되어 있는 어떠한 영역에도 속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 자체로 하나의 새로운 영역으로 보여진다. 이것은 세분화된 여러 영역들, 즉 건축, 조경, 도시, 토목 등의 구체적 작업을 위한 하나의 선행적 영역으로 볼 수 있다.”

 

임승빈_경관은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경치의 차원을 넘어 인간의 생존을 지원해주는 생태적 속성을 지닐 뿐만 아니라, 경관을 통하여 삶의 의미와 본질을 느끼도록 하는 상징적·철학적 속성을 지니고 있다. 경관은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다. 경관은 눈에 보이는 자연 및 인공 풍경 모두를 포함하여, 토지, 동식물 생태계, 인간의 사회적·문화적 활동을 내포하고 있는 개념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 경관의 개념은 일차적으로보이는 풍경을 뜻하겠으나, 이차적으로는 보이는 풍경에 내재되어 있는 자연 생태계의 작용, 인간의 활동 등과 관련된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자 한다.”

 

이영민_경관은 논리실증주의적 관점에서처럼 단지 보고(seeing) 분석해야(analyzing) 할 대상 내지는 객체가 아니며, 인간주의적 관점을 적용해야 하는 읽고(reading) 해석해야(interpreting) 하는 대상인 것이다. 동일한 연구 대상이지만 새로운 방법론이 요구되는 것이다.”

 

경관을 이야기하는 입장들은 이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앞서의 질문에 대한 다양한 각자의 해답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근거를 주지 않았을까?

 

이쯤에서 경관 속 서사와 철학을 잠시 밀쳐두고 세기의 풍경화가 존 컨스터블이 자연 풍경을 떠나는 자신의 아쉬운 심경을 어떻게 표현하였는지 들어보자. “이 모든 곳은 얼마나 아름답고 달콤한가. 이 지역은 얼마나 놀라운가. 그러나 나는 이제 나에게 더 친근한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의 발길을 따라 우리도 현대 메트로폴리탄으로 돌아와 보자.

연재필자 _ 안명준 조경비평가  ·  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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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_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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