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전통_빌려온 미래, 언제나 지금인 ‘전통’(下)

경공환장: 다시 보는 일상, 느껴 보는 도시_13회
라펜트l안명준 조경비평가, 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3-10-25

우리시대의 전통:

정원문화(가꾸기 문화, 돌보기 문화)와 건축문화(만들기 문화)의 충돌

 

에드워드 쉴즈(Edward Shils, 미국의 사회학자)전통, 곧 전수된 것들은 물리적 실체, 모든 종류의 사물에 관한 신념, 사람이나 사건에 대한 이미지, 관행, 제도 등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전통은 건물, 기념비, 조경, 조각, 그림, , 도구, 기계 등을 포함한다. 전통은 한 사회가 어떤 시간에 소유하고 있는 모든 것을 포함하는데, 현재의 소유자들 이전에 존재했고, 물리적 생산과정에서 생겨난 것이기도 하고 생태적, 육체적 필요의 결과로 생겨난 것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한다.

 

전해온 것들이 모두 전통이 될 수 있다는 셈이다. 그러나 한편에선전통은, 그 말 자체가 근대의 산물이라며 전통이라는 관점 자체가 최근에 탄생한 것임을 지적하기도 한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문화연구소에서는전통은 근대가 만든 또 하나의 권력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이해하면서, 영원불변하는 실체로서의 전통이란 형이상학적 관념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전통이란 근대가 과거를 기억하는 방식으로서 성립한 것이라며, “우리가 전통시대, 전통사회라고 말하면 대개 근대 이전을 가리키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쉴즈는전통이 계승되는 과정이 곧 전통의 선택이라고 말하는데, 물체(대상물) 중심의 사고는 우리를 전해온 것들에 대해서도 보이는 것 중심으로 먼저 사고하게 만들었다. 결과물보다는 과정에 큰 의의가 담겨 있는 태도임에도 우리의 문화와 사고는 충분히 그러하지 못하였던 것은 아닌지 성찰이 필요한 것 같다. 지난 시기 전통의 선택 과정에 아쉬운 면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 또한 과정의 하나로 이해하는 아량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지 모르겠다.

 

전해져온 전통에 대해 그 특징을 구분해 내는 과정은 우리가 전통문화라 따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삶터 속 전통은 전통문화라는 모습으로 구체화되어 작용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전통이 물체에만 있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전통문화는 삶터의 대상들 곳곳에서 전통이 배어나는 무대로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관념으로서의 전통과 실체로서의 전통문화를 구분해서 이해할 필요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선택의 기준과 과정을 어떻게 하느냐가 결국 시대별 문화를 형성한다는 점이다. 특히 오늘날 우리 삶터와 관련하여서 주목할 점은 전통문화의 배경원리로서 동시대를 점검하는 기준점이 될 수 있는 전통(관점)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가꾸기 문화와 만들기 문화의 충돌은 그것을 드러내주는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질 클레망이 말하듯 우리는 정원을 물려받을 수 있을지언정, 정원사는 물려받지 못한다. 그것은 우리 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특히 오늘날의 관점에서 기록되지 않은 삶터 기술들(landscaping gardening)은 남루한 전통과 전통문화를 반성하게 한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의 정원문화와 건축문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원문화(가꾸기 문화)는 기록의 문화가 아니다. 자연을 관찰하고 자연에 대응하는 것은 기록 이전의 일이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드너는 바쁘고 생각할 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정원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정원을 기록하기보다 정원의 변화를 따라가는데 바쁘고, 거기에서 건져낸 사유의 결과와 예술적 영감을 문자로 변환하는데 더 집중한다. 정원과 정원일은 그 자체로 결과물 또는 소산이 아니라 과정이자 변화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건축문화(만들기 문화)는 기록의 문화이고 매체의 문화일 수밖에 없었다. 건축은 직접적으로 물리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작업이고 이는 혼자서만 할 수 없기에 서로 통하여 하나의 소산을 이루도록 끊임없이 기록하고 객관화하고 전달해야 하는 속성이 있다. 건축이 장식과 디자인, 또 그것을 교류하기 위한 매체들과 가까운 것은 이 때문이다.

 

잘 살펴보면 이 두 가지 전통의 양태가 서로 충돌하며 새로운 진화를 안내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고, 우리시대 전통이 과거로부터 무엇을 가져왔고, 현재에 무엇을 전하려 하는지 여기서부터 살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땅의 습관, 땅의 고집이 되는 전통을 위하여

 

조지훈 선생은 말한다.

전통은 역사적 개념이다. 비록 표면상으로는 전통이 단절된 듯이 보여도 역사는 단절될 수가 없는 것이다. 한시대의 전범으로서의 전통이 무너지고 새로운 전범으로서의 전통이 바뀌어 들어서지 못한 모색의 공백기를 지적하여 곧 전통을 부정한다면 그러한 논리의 추궁 결과는 이 땅에 새로운 전통의 수립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떨어지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는 전통이 그렇게 원리로 남아 우리 삶터에 흐르게 됨을 강조한 것이리라.

 

최준식 선생은 말한다. “전통의 단절은 문화의 축적을 가로막았다. 축적이 없으면 문화는 좋은 결과물을 내놓을 수 없으며, “사회의 문화적 수준이나 총량이 보잘 것 없으면 기량이 뛰어난 사람도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말이다. 깊이 있는 전통문화가 언제나 지금인 현재를 풍부하게 해준다는 뜻이리라.

 

삶터 만들기에 몰두하던 시대를 지나 땅을 가꾸고 돌보려는 시대적 흐름은 이제 충분하다. 거기에 땅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던 습관에 눈돌리려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것이 아무리 복잡하고 고밀화된 현대 도시일지언정 땅의 고집, 장소성이 풍부하도록 삶터를 되살려줄 것이다. ‘탈춤이 끝나면 태워버렸기에 제대로 보존된 탈이 없다지만, 그 탈을 쓰고 모두가 함께 추던 춤사위는 아직도 남아 있지 않던가 말이다.

 

한 가지 더, 최준식 선생은 전통문화(한국미)의 특징을소박성, 단순성, 파격성, 천진성, 해학성에서 찾는다. 동시대 우리 삶터의 그것을 잘 이해하고, 이어가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넓은 의미의 전통이라는 측면에서 우리는 경공환장을 다시 되돌아보며 새로운 출발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을 꿰뚫는 것이 무엇일지 끊임없이 되물으면서 말이다.

 

www.NewtWork.net

 

 

연재필자 _ 안명준 조경비평가  ·  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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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plusgan@gmail.com
사진 _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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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_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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