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Ⅰ_ 자생적 가드닝과 공공정원, 용인시 죽전동 녹색마을 꽃동산

[경공환장] 다시 보는 일상, 느껴 보는 도시” Part 2: 01 정원
라펜트l안명준 조경비평가l기사입력2014-05-09

"경공환장: 다시 보는 일상, 느껴 보는 도시" Part 2: 01 정원

[ 01 정원(garden) ] 삶터 경작을 위한 “네 번째 정원”

 

안명준 조경비평가

 

정원: 자생적 가드닝과 공공정원, 용인시 죽전동 녹색마을 꽃동산

 

 정원은 자연만을 담지 않는다. 정원은 또한 주거공간의 바깥만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일상으로 자리하기 어렵다는 편견도 있지만 정원은 사실 이제 평범해지기도 하였다. 이제 정원은 삶터 어디에나 어렵지 않게 가능하다. 함께 모여 가꾸는 공공의 정원은 훨씬 더 쉽다. 여기 그 사례를 먼저 살펴보자.

 

수동적 주민에서 자발적 정원사로

  용인시 죽전동의 한 아파트단지에는 특별한 정원이 만들어져 있다. 입구의 관리사무소를 돌아들면 오른쪽으로 넓은 꽃잔디가 한눈에 들어오며 다가오는데, 이 정원은 우리시대 아파트 조경이 보여주는 화려한 치장의 마술과는 거리가 먼 어설프지만 들여다볼수록 아름다운 작은 정원으로 다가온다. 특히 조경가의 눈으로 살핀다면 그 과정이 한눈에 들어오며 우리 시대 정원의 단면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녹색마을 꽃동산”이라 부르는 곳으로 단지의 할머니들이 주축이 되어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던 공간을 정원으로 바꾸어놓은 곳이다. 1,600㎡의 비교적 큰 규모이지만 기존 조경공간과 그 외부의 공간을 활용하여 여러 초화류와 풍경을 만들고 있다. 할머니들과 주민들의 열의가 대단하여 2006년부터 ‘꽃·사·모(꽃을 사랑하는 모임)’를 통해 조성되기 시작하였다. 매월 모임을 갖고, 봄과 가을에 잔치를 열고, 영상물을 만들어 홍보하기도 할 만큼 관심이 높다. 심어놓은 초화가 훼손되었을 때에는 한참을 울기도 한다는 천상 정원사의 마음도 가득하다.

 


즐거운 삶터를 위한 네 번째 정원이 공공정원을 요청하고 있다.

 

  이곳은 정자 하나 놓여있던 기존 공간에 프로그램이 고민되면서 공간의 쓰임이 완전히 달라진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당초 상가부지였던 곳인데 고분이 발견되면서 단지의 모습이 바뀌기까지 하였는데, 이때 만들어진 공간을 정원으로 가꾸며 밝은 장소로 되탄생하게 하였다. 여기에는 초롱꽃, 원추리, 수국, 좀조팝나무, 댕강나무, 병아리꽃나무, 꽃잔디, 해국, 옥잠화 등 50여 종의 초화류가 느슨한 규칙을 가지고 곳곳에 포진해 있다. 이는 식재가 가능해질 때마다 정원을 확장하면서 만들어진 풍경이기도 하다. 반듯하게 구획지어놓은 정원보다는 형태와 형식적으로 단정하지는 못하지만 그 내용을 형성하며 벌였을 70여 꽃사모 회원들의 모습에서 건강한 공동체의 힘을 읽을 수 있다.(꽃사모 인터넷 카페http://cafe.naver.com/casvillflower)


  특별한 점은 이들이 대하는 정원에 대한 마음가짐이다. “자식을 향한 사랑과 정원에 대한 사랑은 같다.”라고 말하며, 정원의 핵심이라 할 꾸준한 관리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번 만들고 대규모로 관리하는 조경이 아니라 꾸준히 가꾸고 다듬는 정원이라는 점에서 이곳은 중요한 공공정원의 가치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아무도 관심 두지 않았던 장소에 대해 자발적 정원사로 활약한다는 점에서 공동주택단지의 새로운 정원문화 모델이라고까지 부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가꾸기의 전환, “정원의 귀환”

  이곳은 꾸준한 정원 관리로 생기 있는 정원의 모습이 유지되면서 주변 아파트 주민들이 자주 찾는 공간이 되었다고 하며, 학생들의 학습장으로도 이용된다고 한다. 또한 번식한 초화류를 이웃 아파트에 나누며 정원문화의 확산을 도모하고 있기도 하다. 만들어준 것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창의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이곳은 우리시대 ‘정원의 귀환’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2011년 경기정원문화대상 공동정원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지난 시대 뒷자리였던 가꾸기 문화가 되살아난다는 점에서 ‘귀환’이라는 어휘에 주목하게 한다. 지우고 부수는 문화가 아니라 챙기고 가꾸고 나누는 문화가 서구와는 다르게 우리에게 아직 남은 가꾸기 문화의 뒷모습인 것이다. 특히 이런 문화의 측면이 정원을 매개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전문가들의 시선이 디자인이 아니라 여기에서부터 탐구될 필요가 있다. 정원문화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녹색마을 꽃동산의 사례는 중요하게 살펴야 한다.


  가꾸기의 전환 이외에 이곳이 주는 가능성은 우리시대 공공정원의 일상화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살펴볼수록 이곳은 경계에 놓이는 장소일 수밖에 없다. 공원과는 다르고, 정원과도 다른 이 정원을 우리는 단순히 정원과 공원의 하이브리드라고만 보아야 할까? 무엇이든 이러한 상황을 담을 수 있는 개념화의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법적, 실천적 문제와 현실 사이의 간극에도 이 정원은 놓여있는데 말이다.

 

우리 시대 공공정원이란?

  이 정원은 설계의 시각으로 보면 보이지 않는 정원인지도 모른다. 깔끔하고 잘 다듬어진 공원을 떠올린다면 더더욱 이곳은 문제투성이인 곳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그 어수선함이 오히려 더 큰 가능성이며, 향후 정원문화 형성의 촉매가 될 것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가꾸기 문화라는 동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도 널리 이해되어야 한다. 만들어주던 공원에서 만들면서 가꾸는 정원이라는 문제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것을 이미 공공정원(public garden)이라 부르자는 제안을 했었다. 혹자는 공원이 그것인데 따로 구분할 필요가 무엇이냐 반문하기도 한다. 그러나 공원과 공공정원은 다르다. 그 다름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둘은 구분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이미 많은 곳에서 분별을 요청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부의 ‘생활공원’도 이런 와중에 나온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녹색마을 꽃동네는 그에 대한 또 하나의 질문이자 해답이 아닐까 한다.

 



-사진 및 그림: 2011 경기정원문화대상 대학원생 심사단, 안명준


경공환장 Part. 1 다시보기 '정원 편'

[네 번째 정원: 우리와 우리 도시의 경작본능(上)]

[네 번째 정원: 우리와 우리 도시의 경작본능(下)] 

연재필자 _ 안명준 조경비평가  ·  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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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plusg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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