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시선] 전술적 도시전략(Tactical Urbanism)과 조경

신현돈 논설위원(서안알앤디 디자인㈜ 대표)
라펜트l신현돈 대표이사l기사입력2018-08-26
전술적 도시전략(Tactical Urbanism)과 조경



_신현돈(서안알앤디 디자인㈜ 대표)



최근 다양한 소규모 정원 설계 공모전이 늘어났다. 공모하는 정원의 이름도 각양각색이다. 생활정원, 한평정원,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정원박람회를 위한 정원 디자인 공모전도 작가부, 일반부, 학생부로 나눠 공모하기도 한다. 이러한 정원 ‘유행’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이 시기를 유행의 하나로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정원 설계의 중요한 특성은 소규모라는 것과 그 디자인이 지속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정원(garden)은 그 어원 자체가 대지의 좁게 폐쇄된 땅(a small enclosed area of land)과 관련 있는데다가, 사시사철 그 모습 그대로 피어있는 꽃, 초목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다양한 정원 설계 공모들을 보면, 전술적 도시전략(tactical urbanism)이 떠오른다. 이는 장기적인 정책 방안을 수립하기 전에 일시적인 설계와 적용을 통해 사전에 그 효과를 검증하는 계획 방법의 일종이다. 2015년에 발간된 서적인「Tactical Urbanism: Short-term Action for Long-term Change」을 살펴보면, ‘전략(strategy)’이라는 보편적인 용어대신 ‘전술’이라는 다소 생소한 단어가 사용된 이유가 서술되어 있다. ‘전략’이 장기적 계획을 의미하는 반면, ‘전술’은 단기적으로 곳곳에서 활용되는 일시적 활용 차원을 의미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정원 설계 공모가 여러 나라에서 유행하고 있는 계획 방법 중 하나라는 걸 이야기하고 싶어서 전술적 도시전략을 언급한 것은 아니다. 전술적 도시전략의 결과물은 정원뿐만 아니라, 공원, 광장 등의 형태로 나타나 조경분야와도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정원 설계 공모를 비롯한 다양한 일시적 공간 활용을 위한 공모전이 끝난 이후, 그리고 그 계획 과정에서 조경가로서 우리가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몇 가지 중요한 것들을 되새기고 싶어서이다.

알고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게릴라 가드닝(Guerrilla Gardening), 팝업 어바니즘(Pop-up Urbanism), 자발적 어바니즘(Spontaneous Urbanism)등, 이미 다양한 용어를 전술적 도시전략과 대체해 사용하고 있다. 버려지거나 자투리로 남아있는 토지를 텃밭으로 활용하는 커뮤니티 정원(community garden), 빈 점포를 팝업 스토어(pop-up store)로 개장하는 사례, 거리 축제를 축제의 공간으로 이용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규모와 내용 면에서 다양한 사례들을 살펴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전술적 도시전략의 결과물들은 대개 짧은 시간에 생성되고 사라지기 때문에 배정된 예산이 적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역의 인재와 자원을 파악하여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구축해야한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사례인 미국 펜실베니아 원예 학회가 주체한 팝업가든(pops up garden)을 보더라도, 정원을 만드는 데 사용된 재로는 대부분 기부로 이루어졌고, 자원 봉사자, 학생 및 펜실베니아 원예 학회 직원들이 함께 환경연출을 하였다. 영국 런던의 일부 버려진 땅을 일시적으로 도시과수원으로 조성하였던 어반 오차드(Urban Orchard)는 The Architecture Foundation, Bankside Open Space Trust, ProjectARKs와 Wayward Plant Registry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다. 디자인은 Wayward Plant Registry 소속 조경가 헤더 링(Heather Ring)이 하였고, 자원 봉사자들의 협력하여 조성하였다. 그 외에도 예술가, 건축가, 정원사, 과학자, 사진작가, 큐레이터 등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였다. 특히 프로그램은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전술적 도시전략은 소규모의 임시적인 변화를 통하여 해당 공간의 잠재력과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고, 이후 지속가능한 계획의 방향에 대해서 논의하는 방법이다. 즉, 단기적 적용으로 장기적 변화를 이끄는 방법이라 할 수 있으며, 가로, 블록, 건물 등 주로 작은 도시 공간 단위에 적용하는 계획을 통칭할 수 있다. 이를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예가 뉴욕시 타임스퀘어 보행광장이다. 지금은 차량 통행이 영구적으로 금지된 타임스퀘어 보행광장의 경우2010년 전술적 도시전략을 적용하여 임시적으로 차로를 폐쇄하고 적색 페인트 도포 및 간이 시설물 배치를 통해 임시광장을 조성하였었다. 이 때 기대 이상의 가로활성화 성과를 확인한 뉴욕시가 2016년 이를 영구적으로 조성하게 된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뉴욕시 의회가 이를 계기로 시 전역의 보행광장의 지정 및 관리 등에 관한 권한을 뉴욕시 교통국에 부여하는 법안을 2016년 4월에 제정 및 공포하였다는 점이다.

전술적 도시전략의 사례들은 도시의 일상을 풍부하게 만들고 더욱 적극적으로 일상에 개입하려는 시도로 지속적으로 현대 도시와 관계 맺기를 하려는 움직임이기도 하다. 일시적으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기에 한편으로 도시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도시 경관 변화에 대한 도시민의 발언 기회를 제공하여 계획에 있어 도시민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게 된다. 하지만 조경가로서 우리가 늘 상기시켜야 할 점은 고루한 외침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일시적 공간 활용을 위한 계획들일 수록 어용(御用) 시민위원회가 아닌 진정한 시민들과 전문가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보다 더 명약관화하면서 중요한 메시지는 이들이 단순히 이벤트성으로 치러지는 행사가 아니라 미래의 지속가능한 계획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_ 신현돈 대표이사  ·  서안알앤디 디자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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