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생태문화] 파라카스생태보호구역, 작은 갈라파고스 바예스타생태보호구역

남미생태문화 탐방, 세상에 없는 경험, 우연히 발견한 즐거움 - 15
라펜트l박미옥 교수l기사입력2017-03-03
Human Nature & Culture 남미생태문화 탐방기
세상에 없는 경험, 우연히 발견한 즐거움 - 15

파라카스생태보호구역,

작은 갈라파고스 바예스타생태보호구역




글·사진_박미옥 오피니언리더

나사렛대학교 교수


 


페루의 독특한 매력은 다양한 기후대와 문화, 생태환경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그중의 하나 파라카스 생태보호구역과 바예스타섬은 훔볼트한류의 영향을 받고 있어 독특한 생태계를 이룬다.


남미대륙을 한 바퀴 돌아다니는 일정이다 보니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부득이 10여 차례 비행기를 이용하여 이동하게 되었는데, 이번에 소개하는 파라카스 보호지역과 다음에 소개할 와카치나 오아시스를 방문하는 일정은 이번 답사에서 가장 긴 버스 여행이었다. 우리 일행은 페루 수도 리마를 출발하여 오전 내내 남쪽으로 태평양 연안을 따라 고속도로를 달렸다. 그 반대쪽으로는 사구가 길게 늘어져 따라온다. 오랜 바닷바람으로 단단해진 고착사구는 때로는 강인한 식생대, 때로는 마을과 가게들, 그리고 유목민의 정착촌인 듯한 신도시들을 담은 다양한 얼굴을 한 채 속속 지나간다.


태평양연안을 따라 발달한 사구의 여러 가지 얼굴들...


파라카스 국립생태보호구역 (Paracas National Reserve)
파라카스 생태보호구역 (자료: wiikpedia)

피스코주에 속하는 파라카스 지구의 중심도시인 파라카스에서 일정을 시작한다. 파라카스시는 페루 수도 리마에서 남쪽 245㎞에 위치한 4,0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으며 피스코주를 이루는 여덟 곳의 행정구역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역사적으로는 1820년 남미의 해방자 호세 데 산 마르틴 장군이 이끄는 여섯 척의 페루독립군 함대가 이곳으로 상륙하였다.

파라카스는 비를 의미하는 케추아어 para와 모래를 의미하는 cas가 합쳐진 이름으로 ‘모래비’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다보니 파라카스는 바람이 무척 거센 편인데, 심지어 건조한 기후 때문에 바람에 섞여 날리는 모래가 마치 소낙비를 맞는 느낌이다.

파라카스 생태보호구역(Paracas National Reserve)은 연안생태계 보전을 위해 지정되었으며, B.C.1000년 경에 파라카스 문명이 발달했던 역사성도 함께 지니고 있다. 주변 도시인 이카, 피스코, 마르 데 그라우 등 해양과 내륙을 포함하고 있다.

파라카스 반도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파라카스만에 위치한 파라카스항구에서 작은 갈라파고스라고 부르는 바예스타 생태보호구역, 파라카스 생태보호구역 등으로 가는 배가 출항한다. 


바예스타섬으로 가는 통로, 파라카스 항구


파라카스 생태보호구역


파라카스 항구 조형물 


파라카스 항구에서... 새 배설물 냄새가 자극적임...



바예스타 생태보호구역 (Reserva Nacional Islas Ballestas)
바예스타섬은 바다사자와 푸른발 부비새, 펠리칸, 훔볼트 펭귄 등 희귀 야생동물의 서식지이다. 바예스타 섬으로 가는 배를 타고 왼편으로 야트막한 모래언덕이 이어지는데 곧 파라카스반도이다.

파라카스 항구


파라카스 반도의 언덕에 새겨진 지상화, 엘 칸델라브로 / 구글 위성영상으로 본 Candelabro de Paracas

파라카스 반도의 언덕에 나스카지상화와 비슷한 삼지창 모양의 대형 촛대무늬인 엘 칸델라브로(Candelabro de Paracas)가 새겨져 있다. 크기가 595피트(181m)에 달하기 때문에 12마일(19㎞) 떨어진 곳에서도 보이며, 가운데 초 모양 그림이 정남향을 가리키고 있어 뱃사람들에게는 중요한 표지가 되어왔다. 현지사람들은 남아메리카 전설에 나오는 비라코차(Viracocha) 신이 가지고 다니는 삼지창 모양의 번개몽둥이와 흡사하다고 믿고 있다고 한다.

약 2피트 정도 깊이로 새겨진 엘 칸델라브로를 누가, 언제, 왜 만들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부근에서 발견된 토기를 방사성 탄소로 연대를 측정한 결과, 약 기원전 200년경으로 밝혀져 이 그림이 파라카스문명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엘 칸델라브로를 지나 쾌속정을 타고 30분 정도 달리면 멀리 작은 바위섬들이 물 위로 떠오른다. 12개의 바위섬으로 된 바예스타제도는 전체 면적이 0.12㎢ 정도 되며, 1974년 생태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 


멀리 보이는 바예스타섬

바예스타 생태보호구역과 파라카스 생태보호구역

페루 서해안 태평양 연안 일대는 훔볼트 해류(Humboldt Current) 또는 페루 해류(Peru Current)의 영향을 받는다. 훔볼트 해류는 남극 인근의 태평양 남쪽 끝에서 남미의 서해안을 따라 흐르는 한류로서, 페루 앞바다에서 파라카스 생태보호구역과 바예스타섬에 독특한 생태계를 생성하고는 좀 더 북쪽을 거쳐 적도를 따라 난류로 바뀌어 서쪽으로 흐르며 갈라파고스 일대를 지나간다.

바예스타섬은 작은 갈라파고스라고 불리며, 물개섬이라고도 불린다.

바예스타의 신사, 훔볼트펭귄

바예스타섬의 명물은 훔볼트펭귄이다. 훔볼트펭귄은 칠레와 페루의 해안에서 서식하는 펭귄종류로 아프리카펭귄, 마젤란펭귄, 갈라파고스펭귄의 친척뻘이 된다. 남극에 살던 펭귄이 홈볼트 난류를 타고 남미의 서해안을 따라 올라와 이곳 바예스타섬에 정착한 것으로 보이며, 크기가 약간 작고 귀엽게 생겼다.

바예스타섬이 물개섬으로 불리게 된 것은 이곳에 바다사자와 물개가 집단적으로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위 위에 누워 따뜻한 햇볕을 즐기거나 좁은 해안에 몰려들어 까맣게 뒤덮고 있다. 이들이 움푹 들어간 해안에 몰려들어 포효하는 소리가 절벽에 부딪치면 웅장한 서라운드 음향처럼 들린다고 한다.

그 외에도 흰배쇠가마우지, 펠리컨, 갈매기 등의 천국이며, 특히 빨간 부리 바다제비는 페루의 천연기념물로 이 지역에서만 서식한다. 빨간 부리 바다제비는 암컷과 수컷의 모양이 똑 같아 짝짓기 할 때만 구별이 가능하다. 암컷이 바다를 향해 기다리면 수컷은 바다로 나가 물고기를 잡아다 암컷에게 준다. 암컷은 마음에 드는 수컷이 잡아온 생선을 받아먹고 그 수컷과 짝짓기가 이루어진다.

바예스타 생태보호구역에는 약 1억 마리정도 조류가 살고 있다고 추정되고 있으나 최근에는 어린 새에 기생하여 피를 빨아먹는 벌레로 인해 7천만 마리까지 줄었다 한다. 벌레의 천적인 도마뱀을 섬에 도입했는데 오히려 새들이 도마뱀을 잡아먹어 효과가 없다고도 한다.
 
바예스타섬의 바다사자와 수많은 조류로 인해 흔히 작은 갈라파고스라는 별명으로도 부른다. 그런데 오히려 바예스타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은 보통 3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한다.

1) 갈라파고스 여행은 최소 3일 이상 소요되나, 바예스타는 불과 몇 시간이 소요된다.
2) 갈라파고스는 최소 1500달러 이상 비용이 드나, 바예스타는 100달러 내외이다.
3) 가장 중요한 이유로, 갈라파고스에 비해 바예스타에 훨씬 더 많은 조류가 있으며 심지어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많다.


바예스타 생태보호구역의 필자와 물개 그리고 괭이갈매기


조류로 덮인 바예스타


그림  바예스타섬의 바위와 절벽


바예스타의 구아노채취(위 왼쪽), 바다사자 (아래)



구아노와 태평양전쟁
바예스타섬의 구아노 채취 기지

바예스타섬은 새들의 배설물인 구아노(guano)의 주요 산지이기도 하다. 구아노라는 말은 케추아어 ‘와누(wanu)’에서 유래한다. 바다새, 물개, 동굴박쥐들의 배설물이 쌓인 탓에 질소, 인산, 칼륨 등이 풍부하여 아주 좋은 비료로 사용된다. 잉카제국에서도 이미 구아노를 비료로 사용하고 있었으며, 1802년 11월 알렉산더 폰 훔볼트가 페루의 칼라오(Callao)에서 비료로서의 효능을 조사하면서 유럽의 주요 수입품목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구아노를 차지하기 위해 전쟁도 일어났다. 1864~1866년 사이 스페인과 페루-칠레 동맹군 사이에 친차(Chincha) 섬의 구아노를 둘러싸고 전쟁을 치렀고, 이후 소위 태평양전쟁(War of the Pacific)이라 불리는 페루-볼리비아 동맹군과 칠레 사이에 자원전쟁도 벌어졌다. 지난 글에서 일부 소개한 바와 같이 남미 여러 나라들이 독립한 이후 혼란기에 크고 작은 전쟁과 협약을 통해 오늘의 국경이 정해지게 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1879~1883년 약 4년에 걸친 태평양전쟁이다. 이 전쟁에서 페루는 칠레에 패배하여, 칠레와 국경을 이루던 아리카 주와 타라파카 주를 잃었다. 

태평양연안의 안토파가스타(Antofagasta) 지역은 현재는 칠레에 속하지만 전쟁이전에는 볼리비아의 영토로서 태평양을 향하는 출구였고, 구아노, 초석, 은 등과 같은 귀중한 자원의 보고였다. 볼리비아와 칠레사이의 조약에 의해 이 지역의 자원개발은 주로 칠레인과 기업들이 담당했는데, 군사 쿠데타와 경제혼란으로 어려워진 볼리비아의 칠레 자산 압류 조치로 갈등을 빚게 되었다. 이웃나라 페루도 구아노 광산 개발과 관련하여 칠레와 갈등을 빚으면서 자연스럽게 페루-볼리비아는 군사동맹을 맺어 칠레를 압박하였다. 그러나 1879년 칠레의 군사행동으로 안토파가스타 지역을 점령한데 이어 계속된 전쟁에서 페루의 타라파가(Tarapaca)와 아리카(Arica), 나아가 수도 리마마저도 칠레가 점령하고 대부분의 페루 군대가 궤멸되면서 1883년 마침내 칠레의 일방적인 승리로 전쟁이 마감되었다. 이 전쟁에서 페루는 남부지역을 잃었고, 볼리비아는 태평양 연안 지역을 빼앗기면서 내륙국이 되었는데 티티카카호에 상징적으로 해군과 해병대를 배치했다고 한다.

아울러 남미 남부의 파타고니아 지역을 놓고 칠레와 영유권을 다투던 아르헨티나가 칠레의 배후에서 파타고니아 지역으로 진격하여 대부분을 점령하였고, 칠레는 안데스산맥 서쪽 태평양 연안 일부만을 차지하면서 남북으로 길게 늘어진 영토가 되었다.

태평양전쟁 이전의 남미 국경(좌) 및 전쟁 이후의 칠레 영토(우)

바예스타섬을 덮은 새 무리


새떼로 덮인 바예스타섬 원경


바예스타섬의 물개와 바다사자 무리


바예스타섬의 지형, 지질, 새떼


바예스타섬의 새떼


바예스타섬의 물개무리


바예스타 항구에서 / 파라카스 부두에서 바예스타 섬으로 가는 길


바예스타섬의 전통 행렬

글·사진 _ 박미옥 교수  ·  나사렛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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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flower@kor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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