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시작하며_ ‘경공환장’에 환장하기

경공환장: 다시 보는 일상, 느껴 보는 도시
라펜트l안명준 조경비평가, 나창호 기자l기사입력2013-01-04

경공환장(景空環場):

다시 보는 일상, 느껴 보는 도시

 

글_안명준 조경비평가

 

Part 1:

00 연재를 시작하며_ ‘경공환장’에 환장하기...

 

혼란의 시대이다. 혼란은 혼합을 가져온다. 경관에서도 혼합은 다양하다. 현대 경관은 매개체 개념으로까지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시작점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융합이라고들 말하지만 아직 우리에겐 통합의 단계가 먼저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 얘기를 지금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전문 분야들 사이에서 혼성은 이미 다양하다. 지난 세기 학문은 각자의 전문성을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발전하였다. 그러다보니 인접 분야에 눈 돌려 소통하는데 인색해졌고, 전문성의 깊이에만 몰두하는 학문 경향을 형성하였다. 새 세기가 되면서 이러한 양상은 눈에 띠게 변화하기 시작하였는데, 세기 초부터 주목을 받던 것은 하이브리드(hybrid)라는 어휘였다.

 

하이브리드는 개별 전문 분야 간의 종합과 혼합을 기본으로 하는데, 이종 간의 혼합으로 새롭고 좋은 방향의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측면에서 받아들여진 듯하다. 그러나 살펴보면 어느 시대에든 이종 간 혼합은 존재했으며 돌파구이자 진화의 시작으로서 중요했다. 최근에는 그러한 현상들을 개념화하는 경우가 나타나는데불연속(Discontinuity)’,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는 대표적인 지적이다.

 

그렇지만 이종 간의 혼합은 새롭고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대표적인 것이 조류독감 같은 바이러스성 문제들이다. 그런 사례들은 얼마든지 있는데, 중요한 것은 이종 간의 혼합과 소통이 실패이거나 좋지 않은 방향성을 내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것은 아직 가보지 않은 방향이고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실험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우리 도시를 이루는 다양한 구조와 건물, 오픈스페이스 등도 이러한 혼합의 경향을 늦게나마 뒤따르고 있다. 가볍게 움직이고 손쉽게 방향전환 하기는 어렵지만 묵직하고 뭉근히 오래도록 작용한다는 특징이 있는 우리의 도시 관련 전문분야들이 그렇다는 것이다. 쉽게 실험하고 쉽게 변화를 보여주지는 않겠지만 그래서 더욱 이종 간의 혼합이 가져올 알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한다. 특히 정확한 개념 설정과 문제 해결이 아니라 오해된 개념과 고집스런 시야로만 이루어지는 혼성에는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리가 서로 통해야 하는 시대를 지나고 있음을 성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석, 분업, 분화의 시대를 지나 종합, 통합, 협력이 우리 시대의 테마이자 패러다임이 되었다.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이제 아무 것도 없다. 태어나는 것만이 아니라 죽는 것조차도 혼자서는 불가능한, 어려운 소통과 협력의 시대를 지나고 있는 것이다.

 

서로 통하기 위해서, 소통하기 위해서는 서로 같이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먼저 통해야 할 그것들이 우리 시대에는 중요하다. 통하기 위해서는 먼저 말을 알고 알아들어야 하듯이 우리 도시에서는 먼저 혼란스럽고 모두 각자의 시각으로만 이해하고 있는 오해된 개념들의 기본을 제대로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소통의 전제는 언어에 있기 때문이다. 이 연재 제목에 등장하는경공환장은 그런 소통의 기본 개념이자 매체이다.

 

이를 위해 시작을 먼저 몇 가지 흔한 어휘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개념어를 기준으로 혼란스러운 일상 주위를 살펴보면 몇 가지 기본 개념어에 도달할 수 있는데, ‘경관(landscape), 공간(space), 환경(environment), 장소(place)’(이하경공환장’)가 그것이다. 이 네 가지는 어원이 서로 상이함을 볼 수 있는데, 그 만큼 여기에는 뿌리가 다른 원형(archetype)들이 녹아있고 거기에서부터 개별 전문분야들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경공환장은 도시, 조경, 건축 분야의 오랜 탐구 주제이다. 그러나 그것을 전문으로 다루는 사람들조차도경관과 공간의 차이, 공간과 환경의 차이, 환경과 장소의 차이, 경관과 장소의 차이등 일상적으로 쓰는 단어의 차이를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독자께서도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나아가 주변에 물어보면서 불통의 상황이 어떤 오해들을 가져오는지 경험해보길 바란다. 아마도 모두가 저마다의 오해들로 기본 개념어들을 설명할 텐데 여기서부터 혼란은 시작되는 것 아닌가 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경관과 풍경의 차이, 풍경과 장소의 차이, 공간과 오픈스페이스의 차이, 환경과 생태의 차이등 확장된 생각과 개념들은 또 어떨까? 모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수 있을까?

 


"통하기 위해서는 먼저 말을 알고 알아들어야 하듯이 우리 도시에서는 먼저 혼란스럽고 모두 각자의 시각으로만 이해하고 있는 오해된 개념들의 기본을 제대로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소통의 전제는 언어에 있기 때문이다. 이 연재 제목에 등장하는경공환장은 그런 소통의 기본 개념이자 매체이다."

개념들 사이의 진화가 또 다른 개념적 충돌을 낳으며 시뮬라크르들끼리 그들만의 세계가 되어 가는 모습이 우리 혼란스런 혼합 양상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시대에 뿌리가 다른 것들이 서로 오해된 채 우리 도시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데, 그래서 경공환장이 경공환장(景空換腸)인 것이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어지러울수록 정도를 걸으라 하듯, 우리 주변을 설명하는 기본에 충실하자는 이유이다. 경공환장은 그 출발이자 지향일 수 있다.

 

언어에는 생각의 역사와 문화가 담기기 마련이다. 우리 도시 관련 고민들과 실천의 결과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담겨있는 생각들은 시대별, 문화별 상황과 결과들을 누적하다가 현재의 필요에 따라 담긴 것 중 적합한 것이 우선하여 소통되게 된다. 우리 도시를 설명하는 수많은 어휘들도 그런 역사를 가지고 있다. 생각들이 모여 만들어진 개념과 그것을 부르는 어휘의 원형(archetype) 그리고 변형(transmutation)과 전형(prototype), 판형(stereotype)을 살펴보는 것이 이 연재의 큰 흐름을 이루게 될 것이다.

 

연재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각 범주마다 소기의 목적을 가지고 진행하고자 한다. 편의상 1 ~ 3부로 나누고 6개월씩의 시간을 가지고 매달 두 편을 공개하는 방식을 기본으로 한다. 한 편은 다시 2회분으로 나누어 매주 금요일마다 연재된다.

 

1부에서는 문화적, 역사적 성장을 걷어내고 근본 개념어들이 가진 원래의 의미를 살피는데 집중한다. 먼저 정원, 공원, 조경, 풍경, 경관, 공모, 자연, 예술, 도시, 장소, 공간, 환경, 전통, 통합, 생각 등의 개념을 대상으로 한다. 사전적 접근보다는 우리 도시의 상황에 맞게 해석된 접근으로 생각의 단서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두고자 한다. 개념이 가진 원래의 모습과 현대의 요청을 살펴보게 될 것이다.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두 개의 개념어를 충돌시킬 것이다. 비교 또는 분석의 과정을 통해서 그간 개념어가 진화하며 성장해온 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경관과 지리, 조경과 건축, 생태와 환경, 풍경과 장소, 체험과 관광, 디자인과 예술, 자연과 문화, 정원과 공원, 전통과 현대, 복고와 공진화, 계획과 설계, 융합과 통합 등으로 먼저 범주를 설정하고 1부에서의 고민들을 연장한다. 양자역학적 충돌실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 큰 시각으로 두 개념 사이에서 나타나는 오해의 상황들을 검토하게 될 것이다.

 

3부에서는 우리시대 진화된 개념들이 형성해 놓은 주변의 모습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도시, 풍경, 장소, 도서 등 몇 가지 대상 범주를 설정한 후 사례와 실천을 중심으로 1부와 2부의 고민을 대입하고 살펴보고자 한다. 실제 사례들을 놓고 개념적 문제들을 비교하면서 오해의 역사를 이해하고, 이해로 바꾸기 위한 단서를 고민해보고자 한다.

 

긴 여정이다. 쉽지 않은 도전이기도 하다. 즐겁고, 재밌고, 의미 있는 작업이길 바라며 독자께서도 이를 지원해주시리라 믿는다. 그리고 게재를 허락해준 라펜트에 감사한다.

 

2012. 12. 청평시대를 지나며,

- NewtWork.net

 

  

 

 

 

 

 

 

 

 

 

안명준 조경비평가

고교시절 교정을 걸으며 느낀 아름다운 가을 아침 풍경에 매료되어 지금까지 조경을 공부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조경학 학사, 석사 및 박사수료 후 서울대학교 조경미학연구실을 거쳐 현재 통합설계/미학연구실에서 연구중이다. 강원대, 단국대, 세종대 등에서 강의했으며, 대표적 저서로 『LAnD: 조경․미학․디자인』(공저, 2006, 도서출판 조경), 『현대 경관을 보는 열두 가지 시선』(공저, 2006, 한국학술정보), 『봄, 디자인 경쟁시대의 조경』(공저, 2008, 도서출판 조경), 『아름다운 농장 만들기 - 조경으로 일구는 아름다운 풍경목장』(2009, 이매진) 등이 있다. 논문으로 “현대 경관의 매체적 특성 연구”(2006, 서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조선시대 풍속화에 나타난 도시숲의 현대적 해석”(공저, 2008, 환경복원녹화학회지), “통합적 환경설계 이론 기초 연구”(공저, 2009, 한국조경학회지) 등이 있다. 조경비평 봄 회원, (사)도시농업포럼 전문위원, 경기정원문화위원회 위원, 수원시마을만들기 위원 등으로 활동하였다. 최근에는 도시농사와 정원가꾸기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을 시도한 『텃밭정원 도시미학: 농사일로 가꾸는 도시, 정원일로 즐기는 일상』이라는 책을 기획, 공동 집필하여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에서 출간하였다.

 

일러두기

연재는 사정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수 있으며, 필자에게 의견이나 정보 제공도 가능합니다.

연재는 참조 표기를 최소화하고 생각거리의 전개에 집중합니다. 관련 사항과 보완하는 내용들은 필자의 개인 블로그 www.NewtWork.net에 게시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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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필자 _ 안명준 조경비평가  ·  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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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_ 나창호 기자  ·  라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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