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하이라인과 서울역 고가도로

『하이라인 스토리』조슈아 데이비드, 로버트 해먼드 지음
라펜트l오정학 박사l기사입력2015-04-22
하이라인과 서울역 고가도로

글_오정학 경기도시공사(ohjhak@daum.net)

서울역 고가도로가 새 모습을 준비하고 있다. 일명 “서울역 7017 프로젝트”. 탈바꿈의 방법은 기본계획 국제지명현상설계이다. 설계자로 장영호, 후안 헤레로스, 비니 마스, 마틴 레인-카노, 조성룡, 진양교, 조민석이 호명되었다. 대부분 건축가이고 조경가가 두엇 들어있다. 다음 달이면 드러날 그들의 진면목이 자못 궁금하다.
 
이렇게 서울시 행보는 힘차지만 또 다른 쪽에선 날 선 목소리가 여전하다. 이해 당사자인 용산구의회와 남대문상인의 목소리가 꽤 크다. 지난 1월초 전문가 토론회는 이들 상인과 주민들의 단상 점거로 씁쓸하게 끝났다. 일부에선 서울 시장의 정치적인 포석 때문에 급히 몰아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거두지 않는다. 그러한 와중에 개발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예측들이 분분하다. 그러나 모든 개발사업의 타당성은 OX식으로 간단하게 판단하기 힘들다. 지금 청계천이 시민과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가든 파이브로 밀려났다가 몰락한 지역 상인들의 울분이 있듯이 말이다. 

<하이라인 스토리>는 그런 면에서 상당히 시사적이다. 추진 과정의 갈등도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뉴욕 하이라인의 탄생도 순탄하지 않았다. 서울역 고가도로와 달리 법적 권리를 가진 지주들이 있었고, 그들은 하이라인이 제안되기 전에 이미 철거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이에 맞선 민간단체가 바로 ‘하이라인 친구들’이다.
 
<하이라인 스토리>는 그 곳의 두 창립 멤버인 조슈아 데이비드와 로버트 해먼드의 후일담이다. 1999년에 단체를 꾸린 뒤 2009년에 공원을 선보이기까지 10년을 16개의 연대기로 재구성하였다. 이야기 식으로 둘의 글을 번갈아 배치했고 책의 절반이 사진이라 하이라인의 10년사가 쉽게 머리에 와 닿는다. 다만, 크게 흥미롭지 않은 사진들도 꽤 있어 내용에 비해 두껍고, 덕분에 책값은 착하지 않다. 그리고 후일담은 항상 아름답기에 행간을 살펴 볼 필요도 있다. 

폐선로를 활용한 하이라인이 뉴욕에 생긴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뉴욕에는 이미 도시공원의 효시 센트럴 파크, 예술가를 활용한 도시재생지 소호와 첼시, 가장 비싼 거리인 5번 애비뉴, 세 가지 술 - 예술, 기술, 상술 - 로 가득 찬 브로드웨이 등이 자리 잡고 있다. 가히 도시문화사의 변곡점을 알리는 이정표급 공간들의 집결지라 할 만하다. 특히 센트럴 파크는 산업화가 불러온 온갖 도시문제의 공간적 해결책이었다. 그리고, 하이라인은 이제 퇴색한 산업화시대의 유산을 활용한 공간이다. 이러한 점에서 뉴욕은 도시문제의 해법과 재생에 있어 조경의 역할과 가치를 명쾌하게 보여 줬다. 서울역 고가도로도 과연 그러할 수 있을까? 

몇 가지 차이점을 살펴보자. 2.4km의 하이라인과 915m의 서울역 고가도로는 길이부터 다르다. 또 주변 건물과 맞붙은 뉴욕에 비해 서울은 그 연결성이 약하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자유의 여신상, 허드슨 강 등 뉴욕의 주요 랜드마크가 하이라인의 조망권이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1930년대 고가 폐선로와 1970년대 고가도로라는 역사적 깊이의 차이이다. 하이라인은 철도시대를 표상하는 분명한 산업유물이지만, 서울역 고가도로의 기호 가치는 아쉽게도 그에 못 미친다. 이러한 한계를 넘기 위해서라도, 서울역 고가도로가  제2의 하이라인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나가야 함은 분명하다. 그 가능성의 상당 부분은 이제 곧 5월이 되면 드러나게 된다. 


맑은 평일 오후의 뉴욕 하이라인

뉴욕 하이라인이 태어난 데는 시민들의 관심이 가장 컸다. 정치적⋅행정적으로 기획된 서울역 고가도로와 달리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첫 출발점이었다.
 
이 책의 두 저자는 프리랜스 기고가와 창업 컨설턴트의 평범한 삶을 살던 일반인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개인적인 관심은 둘이 만나면서 열정으로 바뀌었고, 사람들을 하나 둘 끌어들여 ‘하이라인 친구들’을 조직하면서 그 열기를 더해갔다.  ‘하이라인 친구들’은 기폭제의 역할을 했다. 혼자만의 몰입은 매니아로 그치지만 여럿이 모이면 문화가 되고 변화의 힘이 된다.  그래서 조슈아 데이비드는 도시가 가진, 그리고 해당 지역이 가진 에너지가 하이라인을 성공시킨 핵심이었다고 잘라 말한다. 뉴욕의 역동성과 그 벡터적 힘의 뿌리를 살짝 보여주는 듯하다. 도시재생에 있어 시민참여의 중요성을 새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서울역 고가도로(http://www.seoul.go.kr/story2015/skyway/)

그동안 서울역 고가도로의 주도권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있었다. 아마 뉴욕에서도 비슷한 고민들을 했던 모양이다. “고민 중 한 가지는 설계팀의 리더를 건축가로 할 것이냐, 조경가로 할 것이냐 였다. 결국 각 팀의 자율적인 결정에 맡기는 것으로 결정 내렸다. 이 과정을 다시 한 번 반복할 수 있다면, 나는 반드시 조경가를 리더로 내세우도록 방침을 정할 것이다(106쪽)”라는 저자의 소감은 이러한 점을 말해준다. 서울역 고가도로는 한창 설계공모가 진행 중이다. 따라서 누구 작품이 뽑히느냐에 따라 새롭게 무게중심이 바뀔 수도 있다. 아직, 누구 작품이 뽑힐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뉴욕 하이라인의 아류여서는 곤란하겠다. 그렇다고 굳이 하이라인을 넘어서는 작품을 주문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서울만의 새로운 공간을 기대해 볼 뿐이다. 

_ 오정학 박사  ·  경기도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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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jha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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