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같이 만드는 정원

『건축가의 정원, 정원사의 건축』 정상오, 이성현 지음(2016)
라펜트l오정학 과장l기사입력2018-07-04
같이 만드는 정원


_오정학 경기도시공사 과장
(ohjhak@daum.net)


서   명 : 건축가의 정원, 정원사의 건축
저   자 : 정상오, 이성현
펴낸 곳 : 한숲(2016)

이제까지 인간은 사적 영역에서 편안함을 느껴 왔다. 그래서 공과 사의 조화는 항상 중요하다. 그렇다면 한국의 오늘은 어떠한가. 공적 영역의 한없는 팽창으로 타인의 시선이 지나치게 의식될 때는 없는가? 그럴 경우 개인의 창의성이 무뎌지고 머리가 지끈거릴 수도 있지 않을까? 집과 정원은 그러한 걱정이 없는 대표적인 사적 영역이다. 옛적부터 남이 간섭치 않는 개인의 보금자리이자 생활공간이었다. 그런데 오늘날은 어떠한가? 애들은 뛸 수도 없고, 피아노는 조심해서 쳐야 하며, 함부로 담배를 피지도 못한다. 이러한 일로 가끔 이웃 간의 다툼을 보기도 하지만 사실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성냥갑 같은 아파트 구조와 그곳에서 살아야 되는 현대도시가 문제일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바닷가 집에 딸린 아담한 정원을 좋아한다. 그 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지인과 담소하는 모습을 가끔씩 상상해본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집에 대한 자기만의 꿈을 갖고 있다. 비록 그 꿈이 현실 속에서 한없이 미뤄지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몇몇 사람들은 그 꿈을 실천에 옮긴다. 그들은 성냥갑 같은 공간이 아니라 자신만의 진짜 집을 갖고자 다른 것을 포기하기도 한다. 건축가 정상오와 정원사 이성현의 <건축가의 정원, 정원사의 건축>은 그러한 사람들이 읽을 만한 책이다. 물론 일반 건축가와 정원사가 읽어도 좋다. 외부공간인 정원은 내부공간인 건물과의 조화가 당연히 중요하다. 작은 도시 주택일수록 건축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정원은 없는 것만 못할 수도 있다. 그만큼 건축과 정원의 협조는 조밀한 도시 공간에서 한층 더 중요해졌다.
   
건축에서 자연적 요소는 대개 두 가지 방법으로 도입되어 왔다. 자연 형상을 차용한 건축물을 만들거나 건축물을 자연과 대비시키는 것이었다. 서양의 로코코 양식과 한국의 단청도 자연 형상을 차용한 건축의 일종이다. 한편 자연과 대비를 이루는 건축은 자연 속에 인공적인 건축물을 배치하는 것과 건축물에 인공의 자연을 도입하는 것으로 나뉜다. 한국 전통의 별서건축이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1867~1959년)의 ‘낙수장(Falling Water)’은 자연 속에 들어간 건축물의 대표 사례이다. 그리고 건축물에 인공의 자연을 배치한 전통적 방법이 바로 ‘정원’이었다. 
   
좋은 정원을 만들려면 정원사와 건축가의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는데 두 저자는 동의한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리 쉽지 않다. 그래서 이성현은 “정원을 만들 때마다 건축가와 미리 상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집필 동기로 들었다. 가장 큰 원인은 건축주들이 대개 건축가만 만나다가 건축설계가 끝날 때쯤에야 정원사를 만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건축주가 정원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를 미리 확인하지 않는 건축가의 책임도 적지 않다. 오히려 그러한 확인을 귀찮게 여기는 건축가가 많지 않을까? 결국 아쉬운 사람은 건축에 맞춰 정원을 만들어야 하는 정원사이다. 물론 이 책의 공동저자인 건축가 정상오는 협업에 매우 공감하지만, 그러한 깨우침은 스스로 정원을 가꾸어 본 경험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가 “건축과 정원은 그 전체를 하나로 보아야 합니다”라는 지극히 당연한 말을 반복하는 것은 현실사회가 그렇지 못함을 보여준다.


정원의 동선은 건물 출입구와 대문 등과 직결된다. 그에 따라 휴게시설과 조경수가 자리를 잡으므로 결국 건축 설계단계에서부터 정원이 고려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정원을 만들기란 힘들게 된다(산림청과 문화재청이 2018년에 주최한 제1회 아름다운 정원 콘테스트 금상으로 뽑힌 경기도 용인의 ‘채운의 뜰’).

고품질 정원을 위해 두 저자 모두 서로의 소통 못지않게 건축주와의 교감을 중요시했다. 건축이나 정원은 모두 철저히 사적공간이기에 결국 누가 어떻게 이용할 것이냐가 중요한 디자인 포인트이다. 따라서 건축주의 건축 동기와 취향 파악은 정원사와 건축가에게는 공동의 선행 작업이 된다. 그 방법으로써 건축주와 공감대 형성, 장소성 찾기 등이 이야기되었지만 결국은 비슷한 말이었다. “건축주 및 가족들과의 끊임없는 대화”의 중요성에 둘 다 공감한 까닭이다. 대화가 반복되어야 하는 이유는 표면적인 욕구와 함께 잠재된 욕망을 읽어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정상오는 “고고한 척, 품위 있는 척하는 건축주보다는 솔직한 건축주와 이야기 나누기가 훨씬 쉽다”고 말한다. 

외부공간으로서 정원의 의미는 무엇일까? 정원사 이성현은 ‘놀이터’로서의 정원을 말한다. 그것은 시각적으로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뛰어들어 손에 흙을 묻히고 가꾼 정원에서 다양한 정원문화를 즐겨보라는 것이다. 정원형 인간으로서 살아보라는 말인데, 이러한 견해는 그가 단순한 정원사가 아니라 “푸르네(www.ipurune.com)”를 통해 정원학교, 가든 볼런티어, 정원문화축제, 정원설계공모전 등을 추진하며 정원문화 확산에 열심인 것과 연관된다. 건축가 정상오는 정원을 “시간속의 공간”으로 표현했다. 평면적인 공간이 아니라 새싹이 나고, 꽃이 피고 낙엽이 지는 것이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기 때문인 듯하다. 이처럼 두 저자의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서로 쉽게 소통할 수 있는 것은 역시 건축가인 정상오가 정원을 직접 꾸며본 경험을 했던 것이 주효했을 것이다.

모든 주택정원에서 이처럼 건축가와 정원사가 쉽게 소통한다면 얼마나 다행일까. 그러한 소통을 촉구하고 그 유용성을 일반인에게 알린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소통은 쉽지 않다. 일상에서도 누구나 흔하게 소통을 내세우지만 실은 훈계, 계몽, 설득의 선비질인 경우가 얼마나 허다한가. 소통은 상대를 나와 대등하게 인정하고 역지사지의 관점을 가질 때에 비로소 시작된다. 이때 상대 영역에 대한 직접적인 체험은 더없이 좋은 윤활유이다. 현실에서 정상오와 같은 건축가를 만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집과 정원을 하나로 보는 것“과 “설계하는 사람만이 건축가가 아니라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건축가”라는 정상오의 시각이 건축가의 보편적인 생각이 되었으면 한다.
_ 오정학 과장  ·  경기도시공사 사업기술처
다른기사 보기
ohjhak@daum.net

네티즌 공감 (0)

의견쓰기

가장많이본뉴스최근주요뉴스

  • 전체
  • 종합일반
  • 동정일정
  • 교육문화예술

인기통합정보

  • 기획연재
  • 설계공모프로젝트
  • 인터뷰취재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