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조의 도시에 가득한 ‘경관’본성과 생성‘경관’ -1

경공환장: 다시 보는 일상, 느껴 보는 도시
라펜트l안명준 조경비평가l기사입력2016-08-05

"경공환장: 다시 보는 일상, 느껴 보는 도시" 

 Part 2: 05 경관(Landscape) Ⅰ



관조의 도시에 가득한 ‘경관’본성과 생성‘경관’...

 



_안명준 오피니언리더

조경시공연구소 느티 대표│조경비평가




경관Ⅰ:  무관심의 경관에 움직임 더하기, 경관에 이야기 생성하기...

우리는 경관을 크기로 먼저 보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한 눈에 보이는 땅의 모습은 작아도 경관이다. 지난 시대 우리는 크게 크게 도시를 만들고 채우는데 바빴는데, 그것은 작아서 소중한 경관을 우리 도시 어디서나 볼 수 있게 했다. 소홀하게 다루어진 작은 경관이지만 남은 자리에 가득한 이것들이 이제 새로운 가능성이 되고 있다. 이야기조차 지워진 흔한 경관(쉼터)은 도시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어떻게 작지만 큰 일상으로 변신할 수 있을까? ‘땅에 붙은’ 작은 경관의 변신을 한 번 따라가 보자. 



도시엔 휴식을! 쉼터엔 활기를!

도시를 일상의 차원에서 바꿔보려는 시도는 요즈음 쉽게 볼 수 있다. 민과 관이 함께 이벤트성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는데, 72시간 동안 진행되는 서울시의 “도시생생 프로젝트”는 해를 더해가며 점차 그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것으로 보인다. 2016년은 보호수 주변 경관을 주제로 쉼터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 큰 주제로 제시되었다.


그 중 송파동의 한 쉼터는 주변 학교들에 의해 크게는 주변 6개의 초중고 통학로로 둘러싸이고 지형 때문인지 주변 건물과 높은 담에 감추어진 사잇길의 외진 곳에 위치해 있다. 볕이 좋으면서도 그늘이 넓은 곳이지만 인근 공원과 통학로에서 밀려난 행태들이 집결되기 좋은 곳이기도 하다. 그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배경이기도 했다. 쉽게 말해 문제 공간처럼 쓰이는 곳인 셈이다.


여러 생각이 가능하지만 핵심 요청은 안전하고 쾌적한 쉼터로 변신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시설물보다는 자연체험 같은 행위 중심의 프로그램을 선호한다고 했다. 설계자는 이를 기본으로 반영하였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동시에 고려하였다.




본래 쉼터 분석 내용과 공사 과정 모습 ⓒ안명준, 플레이스랩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쉼터의 주인공을 불러오는 것이었다. 그것도 가꾸기를 실천하고 함께 즐기는 것이 중요했는데 바로 길 건너에 위치한 유치원은 안성맞춤이었다. 새로운 이야기의 주인공, 새로운 작가는 유치원(아이들)이 되는 것이 적합하였고 그렇게 설계와 실행 과정을 함께하게 되었다. 따라서 초기 설계안은 추가된 프로그램에 따라 보완되었고 72시간의 실행도 그렇게 진행되었다. 


이것은 경관을 단순히 물리적 외관으로만 보려는 우리 도시의 관성에 새로운 지평과도 같은 의미를 준다. 모두가 주인공이라 여겼던, 따라서 어떤 면에서는 아무도 주인공이 아니었던 경관에 이야기를 불어넣는 중요한 관점의 전환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런 태도는 장소의 사유화를 뛰어넘는 경관의 영역성(liminality)을 되돌아보게 한다. 액션이 경관을 동적이게 하는 것이다.



쉼터를 자연으로, 가꾸며 즐기는 마당(정원)으로


따라서 아이들의 가꾸기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가 쉼터 변화의 핵심이 되었다. 정해진 시간 동안 공사를 진행하며 부산한 아이들과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부 공사와 가꾸기(만들기)가 별도의 공간에서 따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고 기반을 마무리한 후, 일부 프로그램을 아이들 중심으로 새로 편성해야 했다. 정원만들기에 초점을 맞춘 가꾸기 프로그램은 다행히 아이들도 좋아했고 작지만 중요한 아이들의 정원만들기 손길은 “꼬마정원사” 타이틀을 가지기에 충분하였다.


요약하자면 실행팀이 나무 가지를 잘라 시야를 열고 원형의 벤치를 만드는 동안 아이들은 작은 화분과 부채를 만들며 바뀔 쉼터의 모습을 정원으로 그렸다. 기존에 체험하며 남아 있던 유치원 건물 외부의 어수선한 화분과 식물들도 실행팀이 통일성 있게 정돈하여 유치원의 모습도 새롭게 바꾸며 쉼터와 어울리게 주변 모습을 정비했다. 


예정된 잔치 시간이 되자 아이들과 부모, 유치원 선생님 및 주변 주민들이 모두 모여 새로워진 쉼터를 실행팀으로부터 처음 소개를 받았고 아이들은 원형의 벤치에 둘러앉아 작은 정원에 직접 꽃을 심고 조약돌에 꽃이름도 써넣으며 정원만들기의 정점을 찍었다. 그리고 그렇게 정원만들기에 참여한 ‘꼬마정원사’들은 실행팀과 부모로부터 명찰을 받으며 새로워진 쉼터의 주인공(우리동네 꼬마정원사)으로 임명되었다. 또한 실행팀은 설계 의도와 내용, 정원가꾸기 방법 등을 담은 매뉴얼을 전달하며 지속적인 가꾸기를 당부하였다. 아이들이 돌아가고 공사는 마무리 되었으며 쉼터는 그렇게 가꾸며 즐기는 마당으로 변신하였다.





함께 바꾼 쉼터, 참여하며 새로워질 경관 ⓒ안명준, 플레이스랩



작은 경관이 아름답다

크게 크게 채워진 도시는 너비보다 높이에서 위력적이었다. 고개를 들어봐야 한눈에 들지 않는 도시경관이 되면서부터는 녹색이 보이는 작은 틈새가 오히려 소중해지기도 했다. 작은 경관은 큰 것들 사이 움직임의 주인공이 되면서 새로운 가능성이 되고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을 참여시키며 한눈에 보이지 않는 콘크리트(건물) 사이를 움직인다. 그리고 움직이는 이야기를 피어나게 한다.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개인적이고 작은 삶으로부터 시작된다. 또한 이야기는 중첩되고 쌓이면서 그것이 시작되는 작은 삶들이 소통하게 한다. 우리시대 경관은 이야기(주인공)와 관련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담기는 경관이 작기만 하다는 것은 아니다. 일상의 경관은 개인적인 것이 사실이나 한 개인은 그리고 한 이야기는 이 지구를 정원으로 만들기도 한다. 





변화된 쉼터의 새로운 주인공들 ⓒ안명준, 플레이스랩


경관은 크기가 먼저가 아니다. 특히 경관의 가치와 변화가 지적되는 경우에는 작아도 주인공이 있는 경관이 아름답다. 우리 도시에서 주인공 없는 경관은 문제다. 그리고 우리시대에는 작은 경관이 아름답다. 이제 아무도 주인공이 아닌 잊힌 경관의 도시에서 각자의 경관을 이야기해 야 한다. 우리 도시의 관조적 태도에는 참여적 사고와 실행이 필요하며, 이야기는 그 시작이 된다.

글·사진 _ 안명준 조경비평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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