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만한 조경가 12인_수잔 반 아타

과학적 아름다움의 정점에 선 조경가
라펜트l박명권 대표l기사입력2013-02-27

2_수잔 반 아타 Susan Van Atta

- 소장, 캘리포니아 샌타바버라 Van Atta Associates Inc.

 


 

I believe it is time for us to think and talk about the environmental issues of today in the context of solutions.  –Susan Van Atta

 

우리는 이제 환경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더 이상 현실적인 해결방안과 분리될 수 없는 시대에 이르렀다.- 수잔 반 아타

과학적 아름다움의 정점에 선 조경가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에서 지적된 생물종의 몰락과 인공위성 님버스가 포착한 선명한 남극의 오존구멍, 그리고 녹아서 표류하는 얼음에 갇힌 북극곰은 지난 반세기 동안 급격히 높아진 자연환경 보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설명해주는 단서들이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막론하고 이제 환경에 대한 복원과 보호는 어떠한 개발의 압력조차도 무력화시킬 정도로 강력한 대중적 공감대와 정책적 지지를 받고 있다. ‘생태가 디자인과 도시의 화두가 된 시대에, 잃어버린 경관의 복원을 위한 투자 또한 유망한 시장으로 성장해나갈 것으로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조경가의 작업이란 환경의 보전과 삶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쟁취하는 과정이다. 모두가 환경을 이야기하는 시대에 보존과 복원을 힘주어 주장하는 것은 어렵지 않고, 오히려 일차원적이고 극단적인 생태주의는 더 큰 환경적 편익을 가져오는 균형 있고 이성적인 국토정책에 제동을 걸기도 한다.

 

이런 와중에서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의 정책은 빗발치는 대중의 요구와 제한된 예산의 기로에 선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대다수의 경우형식적인 수준의 적당한 녹색 무늬를 최소한의 비용으로 빠른 시간 내에 마무리하라는 난감한 과제를 조경가에게 부여하기 십상이다. 이것이 수잔 반 아타가 말하는 복원 사업의 현실이다.

 

복원 사업은 대개 생태학이나 수문학이 주가 되는 기술적 과정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기에 조경가는 끊임없이 발주처와 대중을 설득하고 교육해야 한다.

 

미적, 사회적 가치가 달성되지 못한 복원사업은 완성되는 순간 이미 후퇴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자연환경의 질을 유지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경찰권의 감시나 과학적 모니터링이 아닌 대중의 눈과 활발한 사회적 이용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난 공간이란 머지않아 위법과 방치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됨을 우리는 경험으로 배워왔다.

 


 

수잔 반 아타는 디자이너가 된 환경학 전공자이다. 그녀는 학창시절 캘리포니아의 해변과 섬들을 여행하며 희귀한 자생식물과 독특한 생태적 환경 연구에 매료된 적이 있다고 술회한다.

 

이런 관심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 『The Southern California Native Flower Garden』이라는 저서로 완성되었다. 환경학과 환경학자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자생식물에 대한 열정을 가장 진지하게 전파하고 있는 조경가이다. 과학자들과의 학제적 협업이 매우 중요한 복원 프로젝트에서 괄목한 만한 성과를 거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녀의 디자인은 한쪽으로 쏠린 사람들의 시야를 360도로 틀어주는 과정이다. 자연 환경 또한 결국 광범한 사회적 맥락에 포괄된다. 사실, 그녀가 정해져 있는 쉬운 길을 가지 않고 굳이 힘들고도 앞을 알 수 없는 길을 택하는 이유는 이 양면성을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들이 드물기 때문이다.

 

생태복원 프로젝트에서는 단순히 서식처 조성 이상으로, 사람들이 자연의 풍성함과 아름다움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과학자와 발주처를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반대로 예산과 개인적 취향이 주가 되는 주택 프로젝트에서는 자생식물 식재와 풍토조건에 어긋나지 않는 디자인이 결과적으로 훨씬 효과적으로 만족스런 미학적 수준을 달성할 수 있음을 고객에게 확신시켜야 한다.

 

실험정신은 디테일에 대한 세심한 손길과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거쳐야 비로소 현실화된다. 고속도로변의 열악한 대지를 택해 회사의 부지로 조성하며, 창의적인 디자인 솔루션으로 주어진 단점을 장점으로 바꿀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공원조성 시에도 흙담, 폐자재 등 관례를 벗어나는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시공에 있어 몇 배 많은 시행착오와 고생을 감수했지만 독특한 성과를 보여주었다.

 

생태와 인간의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자생식물을 적절히 배치해 보기에도 아름답고, 효과적으로 이용자의 행태를 제어하며, 생태적 프로세스 또한 원활히 이루어지게 하는 디자인은 결코 쉽지 않다.

 

많은 복원 프로젝트에서 생태적 매트릭스와 별개로 제시된 관람동선을 자주 보게 된다. 식재 따로, 동선 따로, 공간 따로인 프로젝트도 흔하다. 쓰나미와 허리케인 샌디의 영향으로 해안경관에 대한 새로운 사고가 요구되는 이 때, 라군 파크와 카핀테리아 염습지공원에 세심하게 계획된 수잔 반 아타의 아름답고 인간친화적인 생태학은 단연 돋보인다.

 

라군 파크와 카핀테리아 염습지 복원

 


 
카핀테리아 염습지공원

 

택지와 도로 개발로 인해 캘리포니아 해변 지역에 존재하던 염습지의 75%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수잔 반 아타의 대표적인 두 프로젝트는 단지 보이기 위한 복원이 아닌, 진정성 있고 높은 생태적 성과를 증명하는 복원 사업이기에 조경 디자이너와 과학자 모두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복원사업이 완료된 지 3년 만에 70여 종이 넘는 새로운 조류가 관측되고 있으며, 체류성어종이나 이동성어종 모두 주변의 염습지보다 더 풍부한 종과 양을 보여준다. 식물학자들도 원래의 복원 목표를 훨씬 상회하는 희귀식물 보전과 재생산 성과에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해변 경관 복원의 경우 생태적 프로세스가 주가 되는 습지영역과 조경이 중심이 되는 건생초지의 균형 있는 배분이 중요하다. 물속에서 번식을 하고, 밀원식물로부터 먹이를 얻는 곤충과 미소생물은 생태계의 회복력resilience에 중추적 역할을 한다.

 

수잔 반 아타 프로젝트의 성공의 이유는 일생 동안 다양한 서식처에 의존하게 되는 습지생물들의 특징을 잘 파악하여, 부지 내에서 하나의 완전한 라이프사이클이 완성될 수 있도록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캘리포니아 자생식물에 대한 광범위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풍부하고도 아름다운 꽃의 들판을 조성하여 주었다. 시각적인 차원에 그치지 않고 희귀종의 보호와 학문적 연구활동으로 이어지도록 하여 단순한 서식처 복원이나 법규의 만족 수준을 넘어선 성과를 보여주었다.

 

또한 인류학적인 조사도 병행하여 이 지역의 츄마시 원주민들이 전통적으로 이용하던 식물들을 복원하였고, 주변에 거주하는 인디언의 후손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고 문화적 교육기회를 만들었다.

 


라쿤파크, 안개낀 날에 중앙의 전망대에서 바라본 임시봄못

 

생태적 복원은 서식처의 조성 및 보호와 함께 접근동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생태학자들은 대개 보호에 치중한 나머지, 물리적 격리라는 단순한 방법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수잔 반 아타는 라군 파크에서 값비싸고 이질적인 구조물이나 지형의 변형 없이 캘리포니아 자생의 해안 세이지 관목을 이용하였다. 이용객의 접근을 통제하면서도 부지의 생태성을 그대로 살리는 방법을 택했다.

 

또한 건물 지붕에서 씻겨 내려오는 갈매기 배설물인 구아노를 정화하고 식물을 위한 영양요소로 사용하기 위해 400m에 이르는 바이오스웨일을 연결하였다. 어메니티를 한곳에 집중적으로 배치함으로써 방문자가 감상하는 경관과 생태적 프로세스가 매끄럽게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까사 누에바 대기환경청 건물

 


까사 누에바 대기환경청 건물

 

2011년 미국조경가협회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친환경 건물의 설계에서 조경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프로젝트다. 단지 LEED 포인트를 획득하기 위한 한 부분으로서의 조경이 아니라, 에너지 절약, 간접조명, 실내환경 개선, 그리고 직원들의 심리적 안정 등 그린빌딩의 핵심적 부문에 조경이 위치한다는 사실을 증명해내었다.

 

까사 누에바의 디자인은대기환경청의 브랜드 가치와 환경 메시지 전달이라는 상징적 가치 갖고 있다. 이외에도, 상당한 공사비 증액 없이도 평균 50% 정도로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유지관리 비용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최대한 절제된 건물 입면 디자인으로부터 얻어진 소량의 예산으로 덩굴과 재생플라스틱 패브릭을 활용한 트렐리스를 도입하였다. 식물의 풍부한 느낌 자체가 건물의 얼굴이 되도록 유도하였다. 자못 전통적인 조경의 기법이라 할 수 있는 트렐리스를 매우 정밀한 주광분석에 의거해 과학적으로 배치하였다. 실내 사무공간에 분산된 고급 간접광을 제공하고 냉방비용을 줄인 점은 괄목할만하다.

 


포도 트렐리스는 봄과 여름에는 그늘을, 가을에는 화려한 색상을, 겨울에는 빌딩에 더 많은 햇빛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관급 토목공사에서 폐기된 목재 전신주를 재활용하여 최소의 비용으로 트렐리스를 제작하였다. 대지계획상으로 가장 중요한 장소인 건물과 외부공간이 만나는 접점에 깊이감을 주고, 경계부를 최대한으로 활용했다는 점은 매우 혁신적이다.

 

이러한 성공적 프로젝트는 계획 초기부터 건축가와 조경가의 긴밀한 협의와 이해 없이는 불가능하다. 담당 건축가이자 배우자인 켄 라트키의 조경 공간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우선순위 설정이 초기의 대지계획에서부터 드러나는 것이다.

 

, 까사 누에바는 프로젝트의 계획 단계에서부터 가든 공간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남서쪽에 배치하는 한편, 건물을자 모양으로 대지경계선에 맞닿아 북동쪽에 배치하여, 건물 자체가 인접 도로로부터의 소음을 한 단계 누그러뜨리도록 설계하였다. 부지의 단점으로부터 건축물을 이용해 완화시키고, 역으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을 최대한으로 수용한 대표적 사례다.

연재필자 _ 박명권 대표  ·  그룹한 어소시에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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