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생태문화] 아르헨티나 역사, 문화, 생태

남미생태문화 탐방, 세상에 없는 경험, 우연히 발견한 즐거움 - 9
라펜트l박미옥 교수l기사입력2017-01-13
Human Nature & Culture 남미생태문화 탐방기
세상에 없는 경험, 우연히 발견한 즐거움 - 9

아르헨티나 역사, 문화, 생태




글·사진_박미옥 오피니언리더

나사렛대학교 교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밤문화


아르헨티나(República Argentina) 역사, 문화, 생태


아르헨티나의 첫날밤은 스칼라에서

이구아수국립공원과 폭포 일대의 아열대 정글에서 아르헨티나 일정을 시작했던 일행은 넓은 초원 팜파스를 가로질러 '은의 강'을 뜻하는 큰 강 라플라타강의 선물인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이동하여 시내 문화탐방일정을 이어갔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소개하기로 하며 먼저 아르헨티나의 개략적인 모습을 살펴본다.

아르헨티나는 브라질에 이어 남미에서 두 번째로 면적이 큰 나라이며 스페인어 국가 중에서는 가장 큰 나라이다. 라플라타강(은의 강)이라 불리는 큰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곳 어디엔가 은의 산지에 도달한다는 믿음에서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스페인 식민지에서 벗어난 것은 1816년으로, '아르헨티나'라는 이름은 라틴어로 '은'을 뜻한다. 17세기 이후 유럽에서 이주민들이 유입되면서 남미 전체에서 원주민 비율이 가장 낮아 인구 97%가 백인이며 교육 문화 수준 또한 매우 높고 문화적 자긍심이 높다.

근대사 100년을 통해 아르헨티나는 남미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로서 전 세계 이민자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 몰려들었던 약속의 땅으로 기억된다. 한때 미국에 버금가는 경제력에, GDP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를 능가했던 풍요한 강국이었던 아르헨티나는 2001년 IMF체제의 경제위기를 맞을 정도로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후퇴한 나라로 꼽힌다. 파퓰리즘을 선호했던 후안 페론(Juan Peron) 대통령의 지나친 인기영합주의 정책으로 1, 2차 대전 이후 새로운 세계질서에 부응하지 못하고 경제구조와 정치, 사회 개혁을 제때에 이루지 못했다. 민주주의가 정착되기도 전에 잦은 군부쿠데타와 부패한 정치인... 어쩌면 우리의 근현대사와 유사하면서도 다른 흐름을 보면서 새삼 우리 국민들의 위대한 국민성을 자랑스럽게 생각해본다.

아르헨티나 개요(http://www.city-data.com/를 바탕으로 필자 작성)

축구와 탱고와 농축산업으로 대표되는 정열적인 나라로서 지난 글에서 소개했던 이구아수폭포를 비롯하여 남미의 파리라고 불리는 부에노스아이레스, 바람과 빙하와 호수의 땅 파타고니아, 남미 최고봉 아콩카과산과 안데스산맥, 라플르타강, 팜파스의 초원과 그란차코의 아열대 밀림, 그리고 고원지대와 사막, 열대우림에서부터 한랭지대까지 지구상에 있는 모든 기후조건을 아우르는 16개 기후구로 구분되어 다양한 자연과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다.

남북 3,700㎞, 동서 1,700㎞을 아우르며 국토의 서부를 안데스산맥이 남북으로 관통하며 칠레와 국경을 이루고 있고, 남극에서 가장 가까운 파타고니아 지역과 심지어 남극의 일부에도 아르헨티나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앞마당에 위치한 포클랜드섬 영유권을 두고 영국과 전쟁을 벌였던 포클랜드 전쟁은 지금도 사람들의 기억에 자리하고 있다.

중앙부에 넓게 분포하여 대평원을 이루고 있는 비옥한 땅 팜파스(Pampas)는 대표적인 온대초원 생태계로서 쇠고기, 양모, 밀, 옥수수 등 농축산업의 기반이 된다. 북부 그란차코(Gran Chaco) 지역과 그 주변 지역으로는 아열대 기후대로서 아열대 우림, 관목림, 습지가 자라잡고 있으며 수많은 식물과 동물의 서식지이다. 은(銀)의 강이라 불리는 라플라타강은 지난 글에서 소개했던 이구아수강과 파라나강이 만나 이루며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우루과이를 마주보며 남대서양으로 흘러들어간다. 라플라타강은 강어귀 폭이 약 220에 총길이가 약 4,700에 이른다. 

한편, 이번 답사에서는 일정상 파타고니아 지역을 방문해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는다. 남미 최남단 파타고니아 지역은 남극대륙과 그 부속섬을 제외하고는 가장 남쪽에 있는 지역으로서 거대한 빙하와 수많은 빙하호, 피요르 지형과 사막과 초원과 숲으로 이루어진 천혜의 땅이다. 16세기 유럽인들은 이 지역에 파타곤(Patagon)이라 불리는 거인이 살고 있다고 해서 파타고니아라는 이름을 붙였고 19세기 중후반 태평양전쟁 무렵에 칠레와 아르헨티나가 각각 점령하였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이른 아침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탱고 

인류무형문화유산

그 나라의 문화를 알기 위해서 전통춤을 이해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아리랑이나 흥타령과 같은 전통춤들이 있다면, 브라질에는 삼바가 있고 아르헨티나에는 탱고(Tango; 땅고)가 있다. 탱고는 라플라타강 유역에서 마주보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와 우루과이의 몬테비데오 지역에서 탄생한 음악으로 말려지며, 유럽의 영향을 받았다는 견해와 쿠바에서 유행하던 아바네라(habanera)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그래서인지 아바네라는 탱고의 할머니로 불리며 또 다른 영향을 준 칸돔베(candombe)라는 춤은 탱고의 할아버지라고도 불린다. 아바네라와 칸돔베의 영향으로 생겨난 춤이 밀롱가(milonga)인데, 탱고는 이 밀롱가가 변형되어 발생되었다고 하여 밀롱가를 탱고의 아버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파자렐라 탱고 공연

아르헨티나 지역에서 발달한 전통적인 탱고를 아르헨티나 탱고라고 한다면, 유럽으로 전파되어 댄스스포츠 종목인 콘티넨탈 탱고 등 세계의 각 지역과 시대에 따라 다양한 형태 존재하여 사람들이 모인 장소나 의상과 같은 많은 문화적 요소에 따라서 발전하였다. 탱고는 대부분 팔로 상대방을 껴안고 춤을 추면서 리드하거나, 따라서 춤을 추거나 밀착을 해서 가슴과 가슴을 맞대고 춤을 추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탱고는 2009년 유네스코에 의해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탱고 발생지인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의 공동으로 등재되었으며, 유네스코에서는 탱고를 서로 다른 여러 역사적 환경 아래 인류의 창조성이 발현된 상징으로서의 무형 문화유산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즉, 탱고는 서로 다른 기원을 가졌지만 그 위태하고 불안한 현실에서 생활하였던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창조된 특정한 표현 형식으로 평가된다. 탱고의 창조자는 스페인 이민자들, 자연으로부터 떠나온 원주민(가우초), 노예의 후예(흑인들) 등의 문화가 어우러져 탄생하였다. 각각 다른 풍습과 신앙, 의례, 물품 등이 섞이면서 이들의 생활 방식뿐만 아니라 두 도시의 문화까지 변화되었고 창의적인 사람들이 수많은 작품을 통해 문화유산을 탄생시켰다. 이렇게 탄생한 새로운 문화유산에 대해 유네스코에서는 라플라타강 지역에서의 ‘인종의 용광로’ 현상이 이뤄낸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피자렐라 극장의 탱고 전시물


디너쇼로 진행되는 탱고춤


피자렐라 극장 입구 아케이드


와인과 탱고


카페 토르토니 

미지의 세계를 돌아다닌다는 것은 단순한 여행 그 이상의 것이다. 필자들은 잘 알려진 유명 관광지 외에도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각자 특별한 사연이 있는 곳, 알려져 있는 곳의 숨겨진 사연, 때론 적절한 어려움을 수반한 모험과 흥에 넘치는 특별한 경험을 따라 나선다. 그리고 장소에서 전해오는 그 이야기들을 몸소 체험한다.


카페 토르토니 입구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유럽의 전통을 이어 온 꽤 오래된 카페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 중에 하나 1858년 프랑스에서 온 이민자에 의해 개장하여 160년 세월을 지켜 온 카페 토르토니(CAFE TORTONI)는 160년전 19세기 중반의 풍경을 흑백사진 속에 전해오는 문화적 역사의 흔적이다. 옛사진과 유물들, 이곳을 방문한 저명인사들... 엘리자베스 여왕, 스페인 국왕, 아르헨티나 역대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설적인 탱고 가수 카를로스 가르델(Carlos Gardel)과 아르헨티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 여류시인 알폰시나 스트로니(Alfonsina Storni) 등...의 발자취를 간직하고 있다. 보르헤스의 소설에도 카페 토르토니가 등장할 정도로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토르토니는 숨겨진 곳이라기 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5월광장 부근 몇블록 정도 떨어진 위치에서 아르헨티나의 초기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그곳에는 아르헨티나 문화의 절정기라고 평가되는 19세기 매력을 듬뿍 담고 있는 목판 벽, 대리석 테이블, 샹들리에, 스테인드글라스 천장 등 정교한 보헤미안 양식으로 장식된 조형물 아래 테이블에 앉아 아르헨티나 문학인들이 코르타도(따뜻한 우유를 섞은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시며 토론하곤 한다.

특히 알폰시나 스트로니를 기리는 무대에서는 매일 저녁 8시30분부터 한시간동안 탱고 공연이 펼쳐진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우리 일행은 오전에 방문하여 모닝커피와 수제 과자를 맛보고 탱고 공연을 뒤로 한 채 다른 일정을 진행하였다.


카페 토르토니 내부(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배경으로 전시된 저명인사(아래)


왼쪽부터 Jorge Luis Borges, Carlos Gardel, Alfonsina Storni, Park Miok


카페 입구, 카페 토르토니의 메뉴와 모닝커피, 그리고 수제 과자


카페 토르토니 내부 전시





엘 아테네오 서점 

세계에서 제일 크고 아름다운 서점, 엘 아테네오(El Ateneo). 부에노스아이레스가 문화의 중심지였음을 느끼게 하는 곳으로 엘 아테네오 서점과 앞에서 소개한 카페 토르토니 등을 꼽는다.

엘 아테네오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중심가 산타페 거리에 위치한다. 원래 이곳은 1860년 페료(Peró)와 토레스(Torres Armengol)가 막스 글루스만(Max Glucksman)을 위해 설계한 건물로서 1919년 5월 'Grand Splendid'라는 이름으로 오페라 하우스를 1929년 아르헨티나 최초의 영화관으로 재개장한 곳이다. 그리고 2000년, 아르헨티나의 출판서점계를 대표하는 그라시아 가문에서 이를 다시 서점으로 리모델링하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문을 열었다. 파블로 그라시아는 1912년 '엘 아테네오'라는 이름으로 가업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2008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10대 도서관을 선정하면서 엘 아테네오를 두 번째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꼽았다.

천장에는 아름다운 그림들이 그려져 있고, 거대하고 육중한 기둥들이 건물을 지탱하고 있으며, 과거 극장의 디자인이나 무대조명, 관객석, 커튼 등이 지금까지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과거 오케스트라가 연주되었던 콘서트홀을 서점으로 개조한 곳이라 사진에서 보이는 중앙 무대는 아직도 그 형태를 그대로 보존되어 차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공연 무대로 쓰였던 곳은 카페 겸 레스토랑으로 운영되고 있고 4층 객석은 갤러리로 변신하여 책을 구매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차를 마시고 예술과 문화를 향유하는 문화공간이다. 이탈리아 예술가인 Nazareno Orlandi가 그린 천장벽화와 트로야노 트로야니(Troiano Troiani)가 조각한 여신상 등이 엘 아네테오의 예술성을 높여주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엘 아테네오와 필자


엘 아테네오 서점


서점 중간중간에 사람들이 앉아서 조용히 책을 볼 수 있는 공간들이 마련


중앙 1층의 광장 형태를 여러층의 발코니 층들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


갤러리로 이용되는 4층 객석


구석구석 작품으로 전시되며, 역사와 의미를 만화로 소개


서점은 모든 이를 위한 지식과 문화의 창작실


코너마다 전공분야의 서적들이 역시 예술적으로 전시
글·사진 _ 박미옥 교수  ·  나사렛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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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flower@kor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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